최근 스리랑카에서 급부상한 핫플레이스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푸탈레에서 기차로 1시간 반 가량 걸리는 엘라Ella가 바로 그 곳. 직접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스리랑카의 상차림에서 홍차는 빠지지 않는다. 영국 치하에 있던 나라여서인지 차 문화가 닮았다. 원래 스리랑카는 차가 아닌 커피를 주로 마시는 커피생산국이었다고 하는데, 영국 식민지 시절 병충해로 인해 커피나무가 죽어나가자 그 자리에 차 나무를 심게 했다고 한다. 이젠 세계 3대 홍차에 스리랑카산 홍차가 꼽힐 정도로 스리랑카의 홍차는 품질도 맛도 알아줄 정도다. 사실 사람들이 실론티라 부르는 홍차는 홍차의 종류가 아닌 ‘스리랑카의 차’를 뜻하는 말.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아침부터 홍차 한 주전자를 마시고 엘라에 도착했다. 엘라는 최근 몇년 사이 여행자들이 휴식을 위해 뒹굴대는 장소로 유명해졌는데, 그와 더불어 하이킹 장소로도 꽤 알려져 있다.
원래 스리랑카에서 가장 핫한 하이킹 장소는 아담스 피크. 정상에 움푹 파인 곳이 있는데 기독교도들은 이곳을 아담이 지상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말하고, 힌두교도는 시바신의 흔적이라 이야기하며, 불교도는 싯다르타가 이 곳을 세번째 찾았을 때 남기고 간 흔적이라 주장한다. 때문에 불교와 기독교, 힌두교 등 여러 종교에 모두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아담스 피크는 깜깜할 때 등반을 시작해 일출을 보는 코스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그래서 엘라에 그 유명한 아담스 피크가 있냐고? No. 아담스 피크 대신 ‘리틀 아담스 피크’가 있다. 여긴 종교적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담스 피크처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란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 싶다.
수많은 계단과 정돈되지 않은 흙길을 40여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리틀 아담스 피크에서의 전경이다. 한국에선 등산이라곤 거들떠도 안 보지만 여행을 할 땐 하이킹이 참 좋다. 건물의 꼭대기 역시 계단이 많더라도 열심히 올라가는 편인데, 한눈에 큰 그림으로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열에 아홉은 배신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 사진 하나도 남기지 못하는 것인가 시무룩해하며 셀카만 찍어대던 찰나, 정상 어드메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스리랑카 아저씨께서 친히 전신샷을 담아주셨다.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여러 번 느낀 것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늘 먼저 다가와 준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하지. 귀여운 오지라퍼, 친절한 사람들.
엘라는 매우 작은 동네다. 리틀 아담스 피크로 향하는 길엔 물 하나 살 곳도 찾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거주촌이다. 그러나 기차역이 자리한 길 양쪽은 영어 간판을 단 레스토랑과 카페가 수두룩 빽빽이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봤자 10분인데, 그 길이 온통 여행자를 노린 공간으로 가득한 것이다. 립톤싯 때문에 찾는 여행자가 많아도 제대로 된 카페나 레스토랑은 거의 없는 하푸탈레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다.
그래서 이 길가의 밥값은 스리랑카 물가가 아닌 거의 한국 물가 수준이다. 이 파스타가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 정도.
이 식당은 트립어드바이저 기준 5위 쯤에 랭크된 곳이었는데, 이 동네에서 드물게 큰 가게여선지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어서 혼잡하기도 하거니와 마땅한 자리도 찾을 수 없었던 터. 내 눈동자가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을 본 직원이 2층이 아주 끝내준다며 차라리 2층에서 여유있게 식사를 하라고 안내해주었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그곳은 그야말로 한량의 공간이었다. 해먹, 그리고 거의 누울 수 있는 의자로 채워진 공간. 그 곳을 보자마자 이곳이 왜 여행자들의 잇플레이스가 됐는지 납득이 갔다. 한량 여행자들에게 유독 인기 있는 곳은 금세 다른 여행자들의 발길도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도 꼭 들러야 직성이 풀리고 마는.
참 재미있는 건 스리랑카 엘라에선 현지인을 제외하면 아시안은 거의 만나기가 힘들다는 점인데, 아시아의 작은 여행지가 영어권 여행자들에게 유명해지는 데엔 론리플래닛 같은 가이드북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론리플래닛 영어판을 갖고 여행을 다니다보니 우리나라 가이드북과 현격히 다른 점은 유명 스팟 뿐 아니라 해당 나라의 거의 모든 도시에 대해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엘라는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당신에게 한량끼가 다분하다면 이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한껏 늘어질 여유, 적당한 세련됨, 풍경의 삼 박자가 어우러지는 마을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다음 여행지 선택 옵션에 엘라를 추가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