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향하는 곳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도시 캔디Kandy. 얼핏 듣기에 이름도 달콤한 이 도시는 실제로 1일 1커피를 버릇처럼 들이키던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갈증 해소의 장소일 것이다.
떠나기 전날 론리플래닛의 캔디 챕터를 읽으며 확인한 사실. 이곳엔 추천할 만한 카페가 여러 곳이고, 그 중 스리랑카에서 보기 힘든 (론리플래닛에선 ‘유일하게’라는 표현을 썼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이다.
이틀을 묵은 디즈니 빌리지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이제 진짜 캔디로 떠날 시간. 스리랑카에서 도시 간 이동은 대부분 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정류장에서 이곳까지 걸어서 15분 정도는 걸렸기에 배낭을 단단히 메고 움직이려는데, 주인 아저씨가 가지 말고 기다리란다. 혹시 태워다 주시려나 했는데 웬걸, 숙소 입구에 서 있다가 버스가 다가오니까 막 손을 흔드는 거다.
캔디? (스리랑카 말 스리랑카 말 블라 블라)
스리랑카 버스에는 안내원 같은 청년들이 있는데 (보통은 요금을 걷는 역할인 듯하다) 그 청년과 대화를 하더니 날 돌아보곤 어서 타라고! 그래서 지나가는 버스 뒷문으로 냅다 올라탔다. 그렇게 주인 아저씨와는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로 성급히 헤어졌다.
캔디까지 가는 버스요금은 98루피. 거스름돈을 못 받았으니 100루피라고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이 채 안 된다.
담불라에서 두 시간 걸려 캔디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대도시 냄새가 난다. 오히려 공항이 들어서 있는 수도 콜롬보보다 훨씬 번화하고 복작거리는 곳.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아 일단 툭툭을 타고 숙소 찾기에 나섰다. 이번엔 호스텔에서 묵기로 한다. 호스텔 예약 어플에서 높은 별점을 받은 캔디시티 호스텔. 하루에 12달러라는 도미토리 룸은 직접 가서 둘러보니 나쁘지 않아 머물기로 했다.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가 쓱 훑어봐도 적지 않다. 콜롬보에서도 본 적 있는 ‘더 베이크 하우스’에서 스페셜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무엇이 스페셜한가 하니 아무래도 닭, 소, 돼지를 다 넣어서인 듯하다. 닭고기가 순살이 아니라 종종 뼈를 씹었던 것이 놀라웠지만, 스리랑카의 치킨 볶음밥이라는 것에서 순살치킨은 그 후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고기가 많으니 씹을 것도 있고 배불리 먹었다. 다만 닭고기와 달걀을 같이 주니까 엄마와 자식을 같이 먹는 잔인함이 발휘된 것 같아 조금 뜨끔.
캔디는 걷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참 괜찮은 도시다. 캔디호라 불리는 호수는 한쪽에서 반대쪽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데, 딱히 멋지진 않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걷다 쉬다 하기 좋다. 그냥 호수 한 바퀴 돌다 카페 가서 쉬고, 호수 돌다 펍 가서 술 마시고 그런 날들이었는데 하루 걸음 수가 19,000보. 슬렁슬렁 걷다가 호수 이쪽에서 밥 먹고 또 슬렁슬렁 걷다가 호수 저쪽에서 커피 마시고 하면 딱 좋은 그런 곳.
부처님의 이를 보관하고 있다는 불치사 외엔 이렇다 할 유명 방문 스팟도 없어서 다소 심심할 순 있지만, 도시가 익숙한 대부분의 현대 여행자들에겐 나름 마음의 평안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곳이 바로 스리랑카에서 유일하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는 (2016년 여름 기준) 카페 Natural Coffee.
한 유명 밴드가 방문 후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에 반해 이곳 이름이 들어간 노래까지 만들었다는 Helga’s Folly. 헬가 여사가 지었다는 이곳은 3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를 내면 콜라, 사이다, 환타 같은 시판 음료 한 병을 주는데, 사진에 보이는 1층 자리 아무 곳에서나 앉아서 마시면 된다.
트립어드바이저 캔디 챕터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Shlightly Chilled Bar. 건물만 보면 보수공사 중인가, 혹은 귀신이라도 나오는 건 아닐까 싶지만 잠깐의 두려움을 견디고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6시부터 해피아워. 하지만 명당인 야외석에 앉고 싶다면 5시 반엔 가길 추천한다.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은 이곳에서 홀로 칼스버그 큰 병 맥주를 스프링롤 고작 6개 안주 삼아 드링킹. 그러다 합석도 하니 그야말로 shlightly chill out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라이트Seoulite인 내게 잠시 번잡한 편안함(?)을 준 곳, 캔디. 이제 내 걸음은 다시 스리랑카만의 매력을 찾아 고산지대 하푸탈레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