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100번째 글이 야구 이야기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루지 않을 수 없죠.
1월 4일 WBC 최종 엔트리가 공개되었습니다. 물론 부상 등의 이유로 대체선수가 생길 수 있지만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한 번 보면서 이야기해 보죠.
우투수 - 고우석, 소형준, 이용찬, 원태인, 김원중, 박세웅, 곽빈, 정철원
좌투수 - 김광현, 김윤식, 양현종, 이의리, 구창모
언더, 사이드 투수 - 정우영, 고영표
포수 - 이지영, 양의지
내야수 - 최정, 김혜성, 오지환, 박병호, 강백호, 김하성, 토미 에드먼, 최지만
외야수 - 이정후, 김현수, 박해민, 나성범, 박건우
투수부터 보면 선발 요원을 많이 뽑은 느낌입니다. 15명의 투수 중 현시점에서 순수 불펜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는 고우석, 이용찬, 김원중, 정철원, 정우영 정도입니다. 투구 수 제한이 강하게 걸리는 대회 특성상 멀티 이닝을 맡아줄 투수가 많은 것이 좋은데 그를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김광현, 양현종 같은 베테랑은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쓰고 선발은 젊은 선수들로 채우겠다고 밝힌 만큼 젊은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이드암이면서 선발이 가능한 고영표가 어떤 역할을 맡을 지도 궁금해집니다.
안우진은 결국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실력이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 어쨌거나 학교폭력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최지만, 이용찬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 등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 불펜 좌투수는 아무도 선발되지 않았습니다. 김광현, 양현종의 불펜 활용을 염두에 둔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sWAR 기준으로 본 순위에서는 안우진, 김민수, 김재웅, 엄상백, 노경은, 구승민, 장민재, 김재윤 등이 선발되지 않았습니다. 멀티이닝이나 연투 능력, 후반기 성적, 나이 등의 영향이 있었겠죠. 정확한 건 알 수 없습니다만.
포수는 특히나 국내에 자원이 별로 없는 포지션이라 뽑기 애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의지의 발탁은 예상했지만 이지영은 의외네요. sWAR 기준으로 양의지와 이지영 사이에 무려 8명의 포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정이 된 것은 994이닝을 포수로 뛰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전경기 선발 출전을 하면서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정확한 건 알 수 없죠.
내야수는 확실히 역대 최강입니다. 최지만의 합류가 확실하게 정해진다면 1-2-유가 모두 메이저리그 주전에 들어가는 선수로 구성되는 압도적인 라인업입니다. 에드먼의 출전으로 한국 WBC 대표팀 기준 최초로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선수가 선발되었습니다. 단 최지만의 합류는 100% 정해졌다고 볼 수 없고 전문 3루수를 최정 말고는 뽑지 않았지만 김하성과 에드먼 모두 3루 백업 정도는 충분히 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박병호와 강백호의 경우는 지명타자나 대타 요원으로 출장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박효준과 레프스나이더는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레프스나이더는 참가가 힘들 것 같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박효준은 메이저리그에서 심히 불안한 입지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O 내야수들 중에는 sWAR 기준으로 각 포지션 1위가 모두 뽑혔습니다. 강백호 위에는 정말 많은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2022 시즌 강백호는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지명타자로 분류된 시즌임을 감안해야겠죠. 올림픽에서 생긴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할 겁니다. 대표팀에 중용되었던 허경민은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뛰기 힘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외야수도 대체적으로 뽑힐 사람이 다 뽑힌 느낌입니다. sWAR 기준으로 박해민보다 승리 기여도가 높았던 최지훈과 한유섬이 제외되었으나 박해민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활약을 생각했을 때 최지훈과 한유섬이 제외되는 것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팀별로 보면 막강한 주전 뎁스를 자랑하던 LG에서 6명이나 뽑힌 반면 한화는 단 한 명도 뽑히지 못했습니다. 30명 엔트리에 메이저리그 선수 3명을 뽑는다 하더라도 한 명도 뽑히지 못하는 현실이 현재 한화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네요.
이번 WBC는 다른 대회들과 비교해도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 같습니다. 메이저 주전 선수들이 각 나라 대표팀에 골고루 합류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단기전은 모르는 거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쪽으로의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