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시점 설계가 초보자 경험을 바꾼다
전에 이 글에서 루빅스 큐브 구식 초급해법과 신식 초급해법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식과 신식의 차이는 이 뿐만은 아닙니다. 전에는 구식과 신식 해법의 구조적인 차이를 봤다면 이번에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공식 하나하나를 파헤쳐보겠습니다.
이번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큐브의 회전 기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링크를 첨부할테니 그 링크에 있는 표를 보면서 이해해보세요.
구식 해법은 신식 해법보다 개량이 덜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신식 해법보다 비효율적인 공식이 많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식 자체가 더 어렵고 비효율적인 경우. 그리고 공식 자체는 신식 해법과 같은데 시점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흔히 U자 공식이라고 불리는 공식이 있습니다. R' F' L' F R F' L F이죠. 부르기 편하게 그냥 U자 공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공식은 제가 지적한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식을 통해 각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공식 자체가 더 어렵고 비효율적인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는 U자 공식은 엣지가 완벽하게 맞았을 때 엣지를 유지하면서 윗면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공식이라 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회전수의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대로 돌리기가 꽤 어렵습니다. 자연스러운 회전이 잘 나오지 않죠. 일반적으로 F회전은 돌리기 편하게 나오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피드솔빙에서 피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큐브 자체를 고쳐잡아야 하거나 큐브를 지탱하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U자 공식은 모든 회전이 독립적이 되어 순수 암기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같은 목적으로, 즉 엣지의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서 윗면을 맞추기 위한 돌리기 더 편한 공식이 많습니다. L U' R' U L' U' R U, Rw U R' U' Rw' F R F', x' R U R' D R U' R' D' 등 같은 8회전으로 더 빨리 돌릴 수 있는 공식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공식을 구식 해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죠.
심지어는 엣지의 위치를 유지시키지 않아도 되는 해법을 사용하면서도 U자 공식 사용하기도 합니다. 엣지 위치를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면 R U R' U R U2 R' 처럼 아예 회전수가 1회전 적으면서도 두 개의 면만 돌리면 되는 공식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시점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U자 공식을 그대로 돌릴 때 가장 편하게 돌리는 방법은 윗면이었던 면을 아예 앞면이나 뒷면으로 시점을 바꾼 뒤 첫 회전을 U층 회전으로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z' y' U' R' D' R U R' D R 정도가 대표적일 겁니다. D층을 돌릴 때 약지를 사용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회전이 독립적 회전이나 다름없었던 기존 공식에 비해서는 훨씬 돌리기 쉬우며 본인 스스로 이렇게 시점을 바꾸는 것을 터득한 사람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점을 바꾸면 돌리기가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구식 해법에는 이와 유사한 케이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도한 F회전 요구(일부 해법에서는 F보다 훨씬 돌리기 어려운 B회전까지도 요구하기도 합니다.), 쓸데없이 회전수는 많고 돌리기는 어려운 공식들. 사라진 것 같으면 어디서 다시 튀어나오고 옛날 해법 자체가 온라인 공간을 떠돌아다니면서 초보들에게 보여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구식 공식이 개량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 게시글에서도 언급했듯 구식 해법이 틀린 해법은 아닙니다. 구식 해법으로도 큐브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초보들로 하여금 내가 배우는 방식이 불편한 방식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큐브를 배운 초보가 중급, 고급으로 넘어갈 때도 상위 해법이니까 당연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초급에서 좀 더 돌리기 쉬운 공식으로 배웠다면 새롭게 공식을 외울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결국 구식 초급 해법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식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손과 시점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적 설계 때문입니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공식이라도, 회전 수를 줄이거나 시점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하게 돌릴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 중요한 것은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경험’이며, 이런 점에서 돌리기 쉬운 공식으로 배우는 신식 해법이 초급자의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공식을 외우는 것 그 자체에도 도움을 줍니다. 구식 해법으로 배워도 큐브를 맞출 수 있지만, 조금 더 편한 방법을 알게 된다면 나중에 상위 해법으로 넘어갈 때 새로 외워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초보자가 배우는 방식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직관적인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