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독학 성공? 숙련자들이 믿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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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눈팅하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이 올라오곤 합니다.
큐브를 공식 없이 맞추는 게 가능한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공식'의 의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큐브에서 공식이란 특정 회전의 집합입니다. 하지만 질문자가 의도한 '공식'은 단순히 회전의 집합을 넘어 타인에 의해 이미 정립되어 알려진 해법을 의미할 것입니다. 만약 문자 그대로 회전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 큐브를 분해해서 조립하거나 스티커를 옮겨 붙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질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남이 만든 해법을 배우지 않고, 스스로 원리를 깨우쳐 맞추는 게 가능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는 불가능이 아닙니다.
큐브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당시엔 당연히 알려진 해법이 없었습니다. 최초로 큐브를 맞춘 사람은 스스로 회전의 원리를 탐구해 맞췄을 것입니다. 따라서 "해법 없이 맞추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불가능'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어떠한 도움도 없이, 우연에 기대지 않고 검증된 체계적 해법을 스스로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운 좋게 몇 단계를 건너뛰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 가능한 논리적 체계를 세우려면 핵심적인 개념들을 스스로 창조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이미 초급 해법을 숙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외부의 도움 없이는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매우 고된 작업입니다. 널리 알려진 Cross나 F2L 같은 개념조차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이를 무(無)에서 유(有)로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고통이 따릅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본인이 공식을 외우지 않고 하루 이틀 만에 독학으로 맞췄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큐브를 오래 다뤄온 사람 입장에서 이는 매우 신뢰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숙련자들이 이들에게 대놓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말을 믿어서가 아닙니다. 거짓을 증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설령 타인의 해법을 그대로 가져왔더라도 "우연히 내가 발견한 방식과 같았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확률적으로 희박할지언정 '불가능은 아니다'라는 방어막 뒤에 숨어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죠. 어차피 거짓을 밝혀낸들 실익이 크지 않기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가벼운 마음일 것입니다. "거짓말인 걸 누가 알겠어?", "내가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그대로 믿게 되고, 이는 정보의 왜곡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단지 그 거짓을 들춰내는 데 본인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쓰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거짓이 진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소한 거짓이라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신뢰의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비단 큐브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성취를 부풀리고 신뢰를 얻으려 하지는 않는지,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이 진짜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