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만전이 끝나고...

이겨도 힘든데 졌으니 뭐...

by 라이벌 큐버

대만전 졌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이야기할 건 없고요. 아쉬운 건 당연하지만 그걸 넘어서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일단 호주는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크게 이겨야 합니다. 우리 실점은 적어야 합니다. 호주에게 승리하고 호주가 일본에게 지면 호주 한국 대만 세 팀이 각각 2승 2패. 승자승을 따질 수는 없을 테니 이닝당 실점률을 보게 될 겁니다. 세 팀의 결과를 볼 때 대만이 한국과 호주에게 총 18이닝 7실점이었고 우리는 10이닝 5실점이 있습니다. 호주는 9이닝 무실점이고요. 즉 우리는 2실점 이하, 그리고 5점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해 봐야죠.


제가 불안한 건 인터넷에서의 반응입니다. 단순히 야구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인터넷 세상 아닙니까. 야구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면 현실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인터넷 세상에서는 일본을 이겼어도 운빨이라며 조롱파티가 열릴 게 뻔한데 대만에게 지고 앉았으니 반응이야 뭐 예상이 갑니다.


사실 야구는 리그 최하위 팀의 승률도 30% 정도는 되는 스포츠로 상대적 약팀으로 평가받는 팀이더라도 강팀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KBO 리그 연봉 평균은 K리그에 비해서도 사실은 한참 모자란 편이며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NPB나 MLB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합니다. 투수의 직구 평균 구속도 145 정도는 나오죠. 연봉 1위의 연봉도 30억 정도. 하지만 이런 팩트는 인터넷에서 무시되죠. 일본 정도를 제외한 다른 야구 국가대표를 사회인야구 취급하며 한국 국가대표팀은 전부 연봉을 50,60억씩 받는 것처럼 포장됩니다. 150이 심심찮게 나오는 KBO의 수준은 무시한 채 145를 초강속구 취급한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죠.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이런 프레임 속에서 패배는 곧바로 조롱의 소재가 됩니다. 저는 이게 걱정입니다. 선수만 욕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이러면 팬들도 같이 욕먹습니다. 선수만 욕하는 걸 봐도 기분이 나쁠 텐데 팬들 자체도 덜떨어진 집단 취급을 한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팩트가 아닌 것을 근거로? 절대 좋을 수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도 꽤나 긴장감 있는 게임을 했습니다. MLB 선수들에게는 타점을 허용했지만 그 외 NPB 선수들은 꽤나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KBO 선수들로 MLB 선수를 상대로 선취점을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꽤나 답답한 경기였을 겁니다. 하지만 졌다는 결과에 이 모든 것은 무시됩니다. 야구선수는 일반인만도 못한 수준의 운동능력으로 수백수천억을 벌어들이면서 노력도 안 하는 백수가 됩니다. 한국의 온라인 환경에서 야구는 이런 취급입니다. 다른 모든 것이 무시되고 '못한다' 하나만 남는 순간 건설적인 이야기는 사라지고 순수 비난만이 남게 됩니다.


언제쯤 이런 인식이 바뀔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그나마 방법은 하나입니다. 야구에서 이기는 것. 그것뿐입니다. 이겨도 욕을 먹겠지만 그나마 져서 받는 비난의 강도보다는 약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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