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심지어 저조차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한민국은 호주를 꺾고 조 2위로 2026 WBC 2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너무나도 어려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심지어 체코전에서도 4실점을 했고 최다 피홈런 허용국이라는 오명도 쓴 상태에서 2실점 이하 및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며 2실점을 한다면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면 떨어진다는 악조건을 뚫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허용된 최다실점과 허용된 최소 점수차를 딱 맞게 충족시키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무난한 승리처럼 보이긴 하지만 한국이나 호주나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이었고 대만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 후반 7:2 스코어가 완성된 순간 한국과 호주가 각각 1점씩 더 내면 대만이 2라운드 진출, 호주만 1점 더 내면 호주가 진출, 한국만 점수를 더 내면 한국이 진출한다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모든 이닝이 세이브 상황인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타선은 필요한 점수를 내줬고 투수진은 우리에게 허용된 것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았죠.
경기 이후 댓글 반응에선 정말 다양한 선수의 이름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경우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특정 선수의 하드캐리가 아닌 정말 다양한 선수가 본인의 몫을 다 해준 경기였다는 말이겠죠. 2회에 급하게 올라와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노경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를 끝낸 조병현, 기대타율 0.836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은 이정후, 그리고 많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상대 실책에 3루까지 진루하여 안현민의 중견수 뜬공에 홈에 들어올 발판은 마련했던 박해민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경기, 아니 한국의 WBC 1라운드 전체 MVP는 문보경이겠죠.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4타점을 포함 4경기 11타점이라는 역대 WBC 1라운드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을 세우면서 매우 좋은 활약을 해 줬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특히 무사 1,2루에서 병살-삼진으로 이닝을 정리하고 포효하던 데인 더닝의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한 관중이 만들어 온 경기 결과에 따른 2라운드 진출국을 정리한 표입니다. 한국의 영역이 가장 좁았지만 결국 올라간 건 한국이었죠.
누구는 결국 대만한테 져놓고 경우의 수 타령해놓고서 뭐가 그렇게 좋냐면서 조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상대로 3:4 경기를 펼친 호주를 상대로 일본보다 더 많은 득점과 더 적은 실점을 해낸 한국의 활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팀에게는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라운드는 도미니카 아니면 베네수엘라라고 합니다. 이기는 건 기대도 안 합니다. 그냥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하는 경험만이라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언제 이런 경험해 보겠습니까.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영원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