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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곰 Oct 13.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27)

26장: 컴퓨터와 함께한 나의 이야기

컴퓨터는 내게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한 세대의 상징 같은 존재다. 내 인생에서 컴퓨터와의 첫 만남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먼 칙척집에 갔을 때였다. 칙척집은 지역에서 꽤 유지였던 집안이라, 그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486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서 친척 형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 키보드를 두드리며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저건 도대체 뭐지? 마법인가?” 어릴 적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컴퓨터는 나에게 그야말로 신기하고 낯선 세상과 같았다.


그리고 몇년의 시간이 흘러, 내 손에 컴퓨터가 들어왔다. 물론, 최신 기기는 아니었다. 옆집에서 윈도우 98 컴퓨터를 새로 사면서 버리려고 하던 MS-DOS 컴퓨터를 얻어왔던 것이다. 나와 내 동생은 그 낡은 컴퓨터로 온종일 삼국지 영걸전,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윈도우라는 신기한 운영체제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게임이 돌아가면 됐다. 그때의 게임들은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단순함이 끝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 후로도 컴퓨터는 나와 함께 성장해 갔다. 중학교에 들어서 아버지께서 업무용으로 윈도우 98 컴퓨터를 새로 사셨다. 그때는 집에 컴퓨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한 부러움을 샀다. 물론, 나와 동생은 아버지의 컴퓨터를 업무용보다는 게임용으로 썼다. 그 시절 나는 게임이 온라인에서 유료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인터넷을 연결한 채로 게임을 즐겼고, 그 결과는 당연히 인터넷 비용 폭탄이었다. 부모님께 혼쭐이 나고 나서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인터넷은 그렇게 금방 끊기고, 우리는 다시 컴퓨터를 게임 복사와 디스크로 전송하는 시절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CD나 플로피 디스크 몇 장에 게임을 구워서 주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 힘겹게 설치해 즐기곤 했다. 그때는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학교에도 컴퓨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실에는 교육용이라는 명목으로 최신 컴퓨터들이 설치되었는데, 사실 방과 후에는 그 컴퓨터들이 거의 게임용으로 변했다. 수업은 잠시였고, 친구들과 남아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나는 방과 후에 남아 친구들과 게임을 하던 ‘그 인원’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앞에 모여 게임을 할 때는, 마치 우리끼리만의 비밀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컴퓨터는 더욱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노트북은 매우 비쌌다. 대학교 도서관의 컴퓨터를 주로 이용하곤 했지만, 대학교의 불이 꺼지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어서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넷북이라는 저렴한 옵션을 선택했다. 작은 화면과 낮은 성능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넷북을 쓰는 것이 조금 쑥스럽긴 했지만, 문서 작업과 인터넷 서핑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대학 생활에서 최소한의 요구는 충족되었고, 그때의 넷북도 나름 소중한 친구였다.


사회에 나와서부터는 더 다양한 전자 기기를 쓰게 되었다. 개인용 노트북, 데스크톱, 회사 업무용 노트북, 태블릿까지. 심지어 스마트폰도 포함하면 여러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성능도 평준화가 되어 예전처럼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웬만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기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나는 목적에 따라 여러 기기를 사용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처리한다. 문서 작업을 하거나, 간단한 코딩을 하거나, 영화 감상을 하거나 컴퓨터는 여전히 내 생활의 중심에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컴퓨터와 함께 성장해 왔다. 486에서 시작해 586, MS-DOS에서 윈도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현재의 고성능 노트북까지. 기술의 변화와 발전을 몸소 경험해 온 세대로서, 컴퓨터는 그저 기계가 아니라 나의 삶과 함께한 동반자다. 그 시절, 게임을 하면서 부모님께 혼났던 기억도, 친구들과 몰래 컴퓨터실에서 즐겼던 순간도, 이제는 모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다.


컴퓨터는 내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었고,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도구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 창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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