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마곰 Oct 13.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26)

25장: 세대를 가로지른 추억의 공간

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게임에 몰두했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참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물론, 게임이 주는 중독성을 알고 나서는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시절의 게임은 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였다. 내 세대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몸소 느끼며 살아온 세대였다. 컴퓨터, 게임기, 오락실, PC방 같은 것들이 하나하나 생겨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술들이 더 발전하는 것을 직접 겪었다. 그 모든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처음 내가 손에 쥐었던 게임기는 삼성 겜보이였다. 그 이야기는 나의 어릴 적 사고와도 연결된다. 나는 어린 시절에 상당한 사고뭉치였다. 어느 날, 시장통에서 놀다 슈퍼맨 흉내를 내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가 팔이 부러졌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의 급작스러운 고통은 아직도 생생하다. 누워서 일어서지 못하고 소리치던 나를 지나가던 어른이 발견하고, 어머니를 부르셨다. 결국 어머니 등에 업혀 병원으로 급하게 실려갔고, 팔이 부러져 뼈를 맞추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한참 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그 시간은 너무 지루했다.


퇴원하고 난 후, 부모님은 나를 다치지 않게 집안에 붙잡아 두기 위해 삼성 겜보이를 사주셨다. 밖에서 뛰어놀다가 또 다칠까 봐 집안에서라도 무언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당시 나에게 있어 부모님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게임기가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만큼 기뻤던 순간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팔 한쪽이 부러져서 깁스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게임기를 손에 쥐고 플레이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동생이 게임을 하고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에게는 정말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 나는 오락실의 매력에 빠졌다. 오락실은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게임을 즐기던 작은 천국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간이지만, 당시에는 집 주변에 오락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나는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락실에 가기 위해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아야 했다. 그 작은 돈을 모아서 오락실에 들어가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할 때의 설렘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나 오락실에서의 에피소드 중 하나는 다소 황당하다. 어느 날, 친구가 ‘오락실 딱딱이’라는 묘한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라이터에 들어 있는 압전기를 이용해 동전 없이도 오락기에서 게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그 기술이 마냥 신기하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몰래 오락을 즐기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락실 주인에게 걸려 무섭게 혼났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그날 나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다시는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PC방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나는 친구들과 학교가 끝나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가 스타크래프트나 레인보우 식스 같은 게임을 즐기곤 했다. 학원에 가는 길에 몰래 들러 철권이나 킹오브파이터즈 같은 격투 게임을 즐기는 일도 빈번했다. 당시 PC방에서 친구들과 내기를 하며 게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이기면 게임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전략을 짰다. 나는 게임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고민하고, 나만의 전략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내 방식이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무언가를 배웠고, 그 과정이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다. "그 가난한 시절, 어떻게 그렇게 게임을 많이 즐길 수 있었냐고?" 답은 간단했다. 나는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도 끝까지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격투 게임에서는 다른 사람과 겨루어 이기면 계속할 수 있었고, 한번 이기면 또 다른 도전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게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덕분에 나는 동전 하나로도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PC방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으로 내기를 걸고, 이기면 게임비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게임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게임은 나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한 철저한 분석과 전략의 연습장이었다.


게임은 나의 성장 과정 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단순히 재미를 추구한 것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게임을 하며 얻은 많은 경험과 깨달음이 있다. 나는 게임 속에서 전략을 세우고,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작은 성공의 기쁨을 배웠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지금도, 그때의 경험은 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오락실과 PC방,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배운 것들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도전과 승리를 위한 과정, 그리고 상상력과 전략을 배울 수 있었던 나만의 작은 세상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