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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는 걱정을 했습니다

- 맥주 몇 병 사면서 수십 가지 걱정과 고민을 합니다.

by 점빵 뿅원장

(시작하면서 붙이는 사족) 오늘 산 바이엔슈테판 맥주입니다. 헤페, 크리스탈, 비투스, 둔켈 네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헤페바이스비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할 때 홈플러스에 가서 세계 맥주를 종류별로 사서 마셔보면서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의 추천으로 바이엔슈테판을 마시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맛있다니요!! 너무 비싸서 많이는 못 마셨습니다. 그 후로 좋아하는 맥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악마의 맥주라 불리는 듀벨도 좋아하고요, 위젯으로 마지막에 크림 같은 거품을 만들어내는 기네스도 엄청 좋아합니다. 술이 힘들어진 요즘은 제주맥주에서 나온 논알코올 제주누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GS프레시에서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소식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평소 가격은 500mL 한 병이 6000원 정도인데 할인 가격은 세 병에 9000원 정도라고 한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맛있는 맥주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병원 근처에 커다란 GS프레시도 있다. 점심을 먹고 산책도 할 겸 슬슬 GS프레시로 향했다. 맥주코너를 가봤는데 찾는 것은 없고 330mL짜리 작은 병 하나에 3800원에 팔고 있다. '이게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분한테 묻고 싶었지만 뭔가 바빠 보이기도 하고 바이엔슈테판을 잘 모를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나왔다. 병원에 들어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앱으로 예약하고 가서 찾아가야 한단다.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GS앱을 설치했다. 동네를 설정하고, 사전 예약으로 바이엔슈테판 헤페와 비투스를 담았다. 사람들이 참 부지런한 건지 재고가 헤페 세 병과 비투스 두 병만 남아 있는 걸로 나온다. 크리스탈과 둔켈은 몇 병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부랴부랴 담고, 결제를 하고 나니 갑자기 걱정이 된다. 'GS프레시 매장 안에 이렇게 주문한 거 챙겨주는 곳이 있나? 계산대에 가서 찾아야 되나? 사전에 결제하고 가면 주차는 어떻게 해주는 거지? 가서 들어갔다가 빨리 받아 나오면 주차장에서 회차로 처리가 되나...?'


끊임없는 물음이 생겼지만 이따가 가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GS프레시 직원이다. 비투스가 품절이어서 다른 걸로 대체를 할지, 아니면 부분 취소를 할지 확인하려 전화를 했다고 한다.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고 나니 또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흑맥주는 기네스밖에 안 마시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둔켈을 마셔볼 걸 그랬나? 예전에 크리스탈 마셔봤을 때 어땠었지? 그냥 부분취소할 걸 그랬나?'


일이 끝나고 찾으러 가기로 한 시간이 되어 GS프레시에 가보니 나의 걱정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예약 물품 찾는 곳은 계산대 바로 옆에 있었고, 담당 직원은 앱에 있는 바코드를 확인하고는 차량을 가져왔는지 확인하고 주차를 해결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내 물품을 챙겨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주문을 했는지 직원분은 바이엔슈테판을 잘 알고 있었고, 물품 찾는 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박스에 담긴 바이엔슈테판 맥주들이 줄지어 있었다.


결국 나는 맥주 몇 병을 사려고 오늘도 수없이 많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낮에 매장에 갔을 때 궁금한 것은 직원분께 물어봤으면 되었을 것이고, 물품 찾는 곳은 도착해서 찾아보거나 물어보면 되었을 것이다. 물품을 찾으면서 주차는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으면 되었을 것이고, 혹시라도 안 되는 거라면 얼마 안 되는 주차비를 내거나 껌이라도 한 통 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늘 혼자 해결하려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과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쓰며 생각을 해보니 학생 때 공부하는 것도 그랬다. 공부를 하면서 드는 의문을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금방 해결할 수 있었는데,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렵고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서, 이런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어서 혼자 끙끙 앓으면서 찾아내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결국 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살면서 하는 걱정들 중에 90퍼센트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지나고 나서 보니 정말 그랬다. 대부분은 정말 별게 아니어서 쉽게 해결되는 것들이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정말 어려울 때는 주변에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금세 해결이 되었다. 내 마음이 그 벽을 넘지 못해서, 상대방의 시선이나 반응이 걱정되어서 오히려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 게 아니었나 싶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조금만 더 마음의 벽을 낮추고 싶다.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직접 맞닥뜨리면서 해결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방법임을, 누군가에게 묻거나 부탁하면서 넘어가는 것도 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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