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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09. 2023

"O땡땡 임플란트 심어주세요"

- "저는 그거 안 씁니다."

치과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기구와 재료, 장비들을 사용한다.

소소한 소모품부터 시작해서 각 진료 파트에 사용하는 기구만 세어봐도 수십 가지가 되니까 셀 수 없이 많다는 말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흔히 '신경치료'라고 부르는 근관치료를 하려고만 해도 환자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오늘 치료할 치아의 엑스레이를 찍었을 것이고 유닛체어에 앉자마자 물이나 재료가 떨어져도 옷을 보호해 주는 1회용 에이프런을 하고, 새 종이컵을 꺼낸다. 유닛체어의 브래킷(기구를 올려두는 곳)에는 핀셋, 구강용 미러, 익스플로러(탐침)가 기본 기구로 올라가고 그 옆에는 마취용 금속 시린지와 마취 앰플, 내가 사용할 1회용 라텍스 장갑이 준비되어 있다. 신경치료를 시작할 때 치아에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할 각종 버 세트(수십 가지가 있지만 나는 신경치료를 할 때는 보통 3가지 정도를 사용한다.), 치아의 근관 내부로 들어갈 번호별 핸드파일들 5가지 정도, Niti 파일 5가지 정도, 그 옆에는 근관장 측정기와 엔도용 모터, 충전용 system B와 Obtura 등....


워낙 많은 기구와 재료,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이것저것 사용하다 보면 내 손에 잘 맞고, 내 생각과 잘 통하는 기구, 재료들이 생긴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을 하지 않는다. 비싸도 내가 쓰기에 좋은 기구, 치료 결과가 좋아지는 재료로 구입을 하게 된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원 치과 의사도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다 보니 구입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서두가 또 길어졌다. 그런데 이 내용이 없으면 읽는 분들이 뒤에 이어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울까 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간혹 임플란트 상담 중에 "여기는 무슨 임플란트 쓰나요?", "'O땡땡' 임플란트로 주세요.", "여기서 쓰는 임플란트는 못 들어본 건데 싼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 


나는 대답한다. "저는 그거 안 씁니다."


사실 요즘 국내산 임플란트가 매우 좋아져서 수입산과 비교해서 그 품질이나 수술의 용이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외국의 임플란트보다 사용하기도 편하고 시술 결과도 좋다. 게다가 각 임플란트의 가격도 거의 차이가 없다시피 하다. 한 마디로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왜 환자들은 'O땡땡 임플란트'를 찾는 것일까?  결국 광고와 마케팅의 승리였다고 생각한다. 비싼 모델, 지속적인 광고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각인을 시키고, 이런 부분이 제품 비용으로 전가되면서 치과에서도 이 임플란트에 대해 비용을 더 받게 되는 구조가 되면서 환자들은 좋은 임플란트, 비싼 임플란트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형태와 구조가 좋다고, 표면처리가 좋다고, 새로운 방식으로 보철물이 들어가서 편리하다며 각각의 장점을 내세우며 회사마다 자기네가 가장 좋은 임플란트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임플란트는 시술하는 의사가 판단하기에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의사가 시술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임플란트는 값싼 임플란트라는 말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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