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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 Apr 25. 2024

어른도 부모의 이혼은 힘들다

내가 모르는 나

 나는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고 그 상태로 나의 가정을 이뤘다. 나는 아줌마가 되어서야 이전의 가정에서 독립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서른이 넘어 부모의 이혼을 통해 내가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부모님의 이혼이 마냥 슬프고 힘든 와중에서 나는 부모님에게 내가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독립되지 못한 어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꽤나 힘들었지만 이 자체를 알게 된 건 생각보다 큰 수확이다.        

        

 처음 내가 부모님에게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전 가정이 얼마나 좋았으면, 내가 정신적으로 독립을 못했을까"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것이 나의 정신승리임을 알고 있다. 독립은 육아의 마지막 단계라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부모가 나를 키우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부모님에게 나의 삶의 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리고 현재 나의 가정의 구성원인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두 가정을 겸하고 있는 아내를 맞이하게 된 게 아닌가? 부모의 육아를 끝내고 남편에게 온전한 하나의 가정을 주려면, 기존 가정에 대한 나의 정서적 독립이 필요하다.             

  

 스스로 나를 평가해 보면 '서른이 넘은 나를 키우는 부모와 성숙하지 못한 채 삶을 사는 나'로 평가하게 된다. 나는 서른이 넘어 이제 와서야 부모님과의 정서적, 정신적 독립을 위해 내 이야기를 쓴다.  

              

 내가 글쓰기 시작하고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 가정의 힘든 기억들을 기록하는 것은 눈물이 안 나지만 우리 가정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에는 눈물이 난다. 왜인지 모르겠다. 이 눈물의 의미는 글이 다 완성하면 찾을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부모님의 이혼을 글로 쓰게 되면서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나는 항상 부모님의 이혼을 바랐지만 막상 부모님의 이혼했을 때는 나는 굉장히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글로 쓰게 되면서 나는 부모님의 이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중이다. 세 번째는 내가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이 내 인생의 여러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내가 이 글을 마쳤을 때는 나 스스로 성숙하고 온전하게 독립될 수 있는 인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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