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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Apr 13. 2023

야구 이모저모

아마추어와 프로

문동주, 그리고 안우진

160이 찍혔다. 어제 한화 이글스의 유망주 투수 문동주가 기록한 구속이다. 토종 투수 최초 160km 돌파. 종전 최대성이 가지고 있던 158km를 가뿐히 넘겼다.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지만, 그 기록이 깨질 때까지 11년이 걸렸다. 이날 경기에서 문동주는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호투를 펼쳤으나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문동주는 희망을 던졌다. 20살의 젊은 투수가 서서히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한국에도 100마일 투수가 있다. 가슴이 설렌다. 더 놀라운 건 문동주는 아직 미완성이다. 토종 투수 최대 구속을 돌파한 문동주가 레다메스 리즈가 가지고 있는 KBO최고 구속인 162.1km도 경신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나는 문동주가 지금 당장 성공하면 좋겠지만, 점차 성장해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 KBO최고의 투수가 안우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50km 중후반의 강속구와 다른 투수들의 패스트볼 속도 구속의 슬라이더를 던지며 한국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안우진이지만, 그에게는 과거가 있다. 아마추어 신분일 때 휘문고 후배들에게 학교 폭력을 저지른 어두운 과거다. 그런 면에서 그는 WBC를 제외한 국제대회 출장 불가능을 비롯한 징계를 받았고 올해 열린 WBC 엔트리엔 발탁되지 않았다. (문동주 이야기를 하다가 넘어온 이유가 있으니 참고 봐주길) 이번 WBC에서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아 야구계 내부에서는 안우진을 뽑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생겨났다. 그러나 내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안우진을 뽑지 않은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본다. 단순히 학교폭력 가해자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대단한 선수도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처벌을 받고 그로 인해 선수 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례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깨달을 수 있다. 야구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다. 


그렇기에 문동주에게 많은 기대가 몰리는 것이다. 문동주에 관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동주는 팀을 먼저 생각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선수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게다가 아직 젊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안우진이라는 대단한 선수가 하지 못한 것을 해주길 바라는 야구팬들의 속내다. 문동주가 한국야구를 이끌 때가 돼서야 한국야구는 세대교체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웠던 고교야구

2023년 고교야구 첫 전국대회 신세계이마트배가 덕수고의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상대는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었던 강릉고였고 접전 끝에 덕수고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었다. 덕수고는 고교야구 1, 2위를 다투는 팀이다. 시작 전부터 강릉고의 열세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강릉고는 끝까지 싸웠다. 엎치락뒤치락 싸웠지만,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해 에이스 투수를 내보낼 수 없었던 강릉고는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패자의 눈물보다는 승자의 환호에 더 열광하곤 한다. 덕수고는 축하를 받고 기뻐해야 한다.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강릉고도 마찬가지다. 덕수고에 비해 상대적 약체라고 평가받던 강릉고에도 박수를 건네고 싶다. 4:5 덕수고의 승리였지만, 1점 차로 손에 땀을 쥐게 한 건 강릉고였다. 야구의 묘미를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 일깨워줬다. 점수, 아웃카운트, 안타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소리 지르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소년만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마추어 야구에는 낭만이 있다.


작년 고교야구 중계를 보며 해설위원이 한 마디 툭 던졌다.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과 공에 대한 간절함은 프로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정도다. " 정말 그렇다. 모든 경기가 그런 건 아니지만 프로야구를 보면 공에 대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팬들은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한다. 저번 글에 썼듯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고교야구 결승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덕수고에는 환호의 박수를, 강릉고에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여담으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투수는 나와 야구를 같이한 친구다. 경기가 끝난 후 그 친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격려해 주었다. 그 마운드에 내가 서있지 않았어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을 테니까. 멋진 경기를 보여준 덕수고, 강릉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글 마무리

오늘은 프로야구와 아마추어의 큰 이슈를 다루어 보았는데 가끔씩 이런 글을 써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는 공동체주의적이다. 야구는 점수를 내야 이기는 스포츠이기도, 기록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야구에서 점수와 관련된 기록은 홈런을 제외하면 모두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타점, 득점, 평균자책점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다른 종목에서는 도움(어시스트)이 멋지게 기록되지만, 야구에서 기록되는 희생은 거룩하다. 희생정신은 팀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에서 나온다. 


고교야구를 보고 전율이 이는 건 팀이 하나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런 것 아닐까. 어쩌면 최고의 투수 안우진이 과거를 남긴 것은 공동체의식이 부족해서는 아니었을까. 약체인 한화 이글스에서 문동주가 나온 것도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는 빛날 수밖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어도 팀을 위대하게 만드는 선수는 있다. 야구는 그런 게 가장 빛나는 스포츠다. 팀(team)에는 i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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