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철원 Dec 01. 2022

사랑법

1.

  새벽의 별들이 아직 밝게 빛나고 있다. 언젠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별이 인공위성이라고 이야기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내게 별과 인공위성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시린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새벽의 하늘을 가리키며 저건 별이고 저건 인공위성일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지상의 슬픔을 어떻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겨울이 내려앉은 새벽 나는 코끝이 빨개지도록 오래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내 발끝만 보지 않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별을 가리키는 일은 다시 희망을 찾고 싶은, 나의 존재의 이유와 인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싶은, 당신을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2.

  강은교의 시 <사랑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의 방식 가운데 하나를 담담하게 우리에게 전한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해야 한다는 말은 나의 마음을 너에게 강요하지 않고 너의 의지와 삶의 방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도 침묵을 지키라고 한다. 이 침묵은 당신의 의지와 바람과 행동에 대한 최고의, 최선의 이해이고 사랑이다.

  시인은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떠나고 싶은 사람이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사람이 홀로 잠드는 모습을 실눈으로 보라고 한다. 실눈처럼 가늘게 뜨는 눈은 일상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이 아니라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의지의 시선이다. 사랑할 때 우리에게는 새롭고 다른 눈동자가 필요하다. 내가 살아온 삶으로 네가 살아갈 삶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 너는 너의 날개와 태양과 하늘이 있는 것이다.

  하여, 시인은 이 시의 마지막에 오래 마음에 간직하여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우리에게 선물처럼 준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3.

  아직 하늘은 캄캄하고 창밖의 바람은 차다. 나는 손을 따뜻한 입김으로 호호 불며 이 글의 마지막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인터넷을 열고 검색어로 손난로를 쳐본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손난로를 찾고서 나는 벌써 그 손난로를 가진 듯 따뜻해지고 있다. 나의 따뜻함이 추운 겨울이 시작된 12월 1일 당신에게 전해지기를.    

  


작가의 이전글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의 뜻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