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 통화를 했고, 내년 즈음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과 걱정 근심을 대략 이해하고 있기에 놀랍게도 나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축하한다! 그런데 축하할 일 맞는 거지?”
“그렇지..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다”
단연 기쁜 소식이나 개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정리된 것은 없고 본인이 하고자 할 때에 하는 결혼이 아닌 지금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결혼을 할 것인지, 관계를 정리할 것인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린 것 같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결혼이라는 게 참 쉬우면 그렇게 쉽고, 어렵게 보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요즘 바라보는 결혼은 이전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전엔 둘이 함께하는 삶이라는 출발선에 서서 결혼식을 통해 그 시작을 알리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있겠지만 둘이 오순도순 지내며 사이좋게 잘 헤쳐나가 봐!”라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엔 결혼하기도 전에 결혼식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결혼과 동시에 “네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짐은 이 정도야. 막막하겠지만.. 잘해봐..!”라는 느낌이다.
나에게 아직까지는 참 어렵게만 느껴진다.
친구는 돈이라는 가치를 선택하였다. 늘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으며, 업무강도는 굉장히 높으나, 높은 보수와 함께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하였다. 완벽주의 성향인 그는 늘 많은 일을 도맡아 했고, 스트레스와 함께 불안에 잠 못 이루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가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 잠시 아래와 같은 불안함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 매번 이렇게 많이 벌 수는 없음. 더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함
- 30대 초반 주변 친구들이 보편적으로 살아온 삶을 자신과 비교하고 자격지심을 가짐
- 20대 때에 학업, 기술, 저금 등 근면성실하게 살고 30대에 결혼을 하는 전형적인 삶
- 비교군에 비해 본인이 충족하지 못한 부분을 후회, 죄책감
- 신혼집과, 아이가 생기면 양육비 등 걱정
그러나 나는 그 어느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처음으로 대화가 답답하고, 마치 우리 사이에 큰 벽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냥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저 건강이 최우선이니 꼭 잘 챙기라는 말만 덧붙였다.
20대 때의 학교, 군대 등 해야만 하는 일과 직업과 같은 내가 선택한 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와 가치관이 형성되고 30대부터는 그 가치를 추구하고 나아가기 때문에 스스로에 의한 직접적인 계기가 아니라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또한 잘 다니고 있는 직장 퇴사와, 잘 되고 있는 자영업을 폐업하고 떠난 우리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보기에 똑같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 선택을 원해서 한 건지?, 정말 그 삶을 추구하는지?"인 것 같다.
그것이 맞다면 "너는 그런 삶을 추구하는구나! 나는 이런 삶을 추구하는데" 다름을 인지하고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면 될 일이다.
낙관적으로 본다면 먼 훗날 친구는 돈이라는 가치를 통해 부를 축적하여 투자하고, 집을 구매하고,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추후 나를 돌아보았을 때 아래와 같은 것들을 얻고 싶다.
- 어디서, 어떻게, 어떤 영향을 주며 살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성
- 해외생활
-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 실력
- 나의 콘텐츠 창작물
-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
- 특정 소수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작은 애플리케이션
결과론적으로 잘 된다면 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은 창의적인 사람이고, 아니라면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져사는 개똥 철학가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선택도 없고, 세상엔 공짜가 없다. 이번 계기로 나도 내 선택이 옳게 만들도록 꾸준히 방향성을 보고 매일 부지런히 진행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게 되었다.
진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은 30살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 아마 평생 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40대 나이인 사장님을 보고 문득 “아 나도 살다 보면 어느새 40대가 되어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관련해선 모든 게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나의 처음이었던 10, 20대는 지나갔고 이제 30대의 처음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아 그거 한번 해볼걸”이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다.
외국에서 돈을 목적으로 정말 열심히 일도 해보고, 유학해서 일정기간 몰입해서 공부도 치열하게 해보고 싶고 나만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스몰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쉽게 해결해 주는 서비스 창업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 주어진 과제가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집중해서 잘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