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감이 익어갈 무렵의 그리운 것들

by sally


가을 향기가 피어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듯 퇴근길 사람들도 집으로 가는 길이 정겹다. 기차를 기다리는 긴 줄에 서서 무심한 표정으로 기차가 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둔다. 기차가 역내로 진입하자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일제히 발을 맞추어 행진하는 군인들의 행렬처럼 그들의 발걸음이 꽤나 장엄하게 들린다.


사람들의 제모습은 각기 달라도 무언가 삶의 향기는 규칙적으로 계절을 품고 따라간다.





얼마 전 주말에 미용실을 방문했다. 어느 순간부터 미용실은 1인샵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을 이용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미용실도 예전과 다르게 동네에 1인샵이 많이 생겼다. 예약제는, 당장 거울을 본 순간 맘이 동하여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북적대며 기다리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오시는 고객은 보통 자연인이 되어서 오시죠."


미용실 원장이 염색약을 꼼꼼하게 바르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말한다. 나는 그 말에 짧게 웃어준다.

자연인이란 말이, 어느 순간에 정돈되지 못한 헤어 스타일에 대한 것으로 탈바꿈한 언어 표현이 정겹다.


가을색으로 염색약을 바른 후 기다리는 동안 2층 통창 앞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스산한 날씨 탓인지 인적이 드문 가로수길은 은행나무와 벚나무, 그리고 잎이 커다란 칠엽수에 걸린 나뭇잎만 잔바람에 날리고 있다. 바람이 마른 잎 사이를 돌며 가을빛을 더 재촉하니 오히려 나무 기둥 아래 민들레가 샐쭉하게 꽃잎을 움츠린다. 뿌리 깊은 민들레도 애절한 사랑을 꿈꾸며 땅 속에서 그리움을 품고 봄날을 다시 기다릴 것이라.




내 머리색은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 가로수길 나무는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간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자연의 색으로 물들이고 자연은 사람을 위해 갖가지 색으로 물들인다. 가을은 하나의 풍경을 채색하기 위해 겨울로 가는 길목에 하얀색으로 계절을 포개어 놓는다.


사람은 자연을 따라가려 하고 자연은 사람을 위해 따라간다.


자연에 대한 나의 애정이 봄꽃처럼 피어오르면 자연은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우주의 별빛과 달빛, 땅에 모든 화려한 것들로 아름다운 풍경화를 내 맘에 채색한다.


땅 위엔 나무도 많고 사람도 많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