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국제학교 적응기
프롤로그
아빠의 회사 발령으로 친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적응도 해야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을 텐데… 걱정이지? 너도 속으로 많이 무서울 거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일 거라는 걸 엄마는 알고 있어. 네가 “안 가면 안 되는 거야?”라고 했던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어. 잘 지내고 있는 너에게 엄마가 괜한 스트레스를 주는 건가 싶어서, 잠시지만 너랑 나는 한국에 남고 아빠만 보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야. 엄마도 요즘 참 싱숭생숭하다. 든든한 아빠와 함께니까 괜찮겠지 싶은 마음과,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엄마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이런 생각도 있어. 언제 우리가 한국을 떠나 정말 멀리서 살아볼 기회가 또 올까.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예진아, 엄마는 이번엔 정말 한 번 꽉 잡아보고 싶었어. 처음 3개월은 정말 힘들겠지만, 그 시간을 버티면 분명히 달라지는 때가 온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어. 엄마도 스무 살에 혼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낯선 땅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영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걱정이 밀려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 영어 공부하고 싶다고 스스로 원해서 가는 길인데 ‘힘들다’는 말만큼은 절대 하지 말자고 독하게 마음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 첫 한 달은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고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해서 정말 매일 울었던 것 같아. 그런데 두 달째부터는 조금씩 달라졌어. 친구도 생기고, 모르는 길도 다니다 보면 익숙해지고, 한 달 전에 울면서 버티던 내가 사라져 있더라. 세 달째부터는 말도 잘 들리고 내가 말하는 것도 편해지고, 친구들이 생기니 살맛이 나더라. 너도 분명 그럴 거야. 처음 3개월은 말이 안 통해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엄마와 아빠가 너와 함께 있으니까 분명 씩씩하게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너는 첫날부터 친구들 만들어 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여행만 가면 영어도 잘 못하면서 손짓발짓 다 써가며 호주 친구, 영국 친구, 필리핀 친구를 척척 만들어서 같이 놀던 너를 보면, 정말 엄마만 괜히 걱정하는 사람 같아. 국제학교에 가면 영어로 말해야 하는데 말을 못 하면 답답하겠지.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너라서 엄마는 그게 조금 더 걱정이야. 그렇지만 영어를 못 해서 힘들어본 경험이 너에게는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거야. 말 못한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막혀서 답답해하는 마음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국제학교에서는 말이 서툴다고 무시당하거나,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놀림받는 순간도 있을 거라는 걸 엄마도 안다. 하지만 그런 아픔조차 너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엄마는 믿어.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너는 나중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힘들었던 순간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자랄 거라고 믿는다.
25년 5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