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정하고 나서는 오히려 용기가 생긴다.
필자는 이미 퇴사를 결정지어 놓은 상태이다.
하필이면 출근일수가 많은 7월달에 이런 결정을 해버렸다니 ...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찌됐거나 끝만 내준다면야 그정도야 뭐. 싶기도 하다.
어떻게 퇴사를 결정지었을까.
머릿 속에 매일 고민만하다 어떻게 입 밖으로 그걸 꺼내고 내 손으로 결정지을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렴풋한 계획이 세워지니 일단은 일을 그만둬야 진전이 생길 것 같았다.
일을 하면서 공부든 job이든 두가지를 병행하는건 정말 단시간에 번아웃이 오기 쉽다는걸 체감했으니
더욱 한번에 결정할 수 있었다.
일을 그만둬야 내일배움카드를 써먹든지 말든지 했고, 서류가 합격하면 면접을 보러 가든지 말든지, 필기시험을 보러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었다.
돈이야 젊어서도 나이들어서도 벌 수 있지만
내가 현재 숫자로만 몇살이든 간에 이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경험 또한 그렇다. 경험을 통해 가지게 되는 신념은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잘 바뀌지 않는 성격처럼 뼈에 각인되고 만다.
난 앞으로 살 날이 많다.
몸으로 느낄 계절이 많고 하루하루 자고 일어날 일수가 많고, 하루를 채울 시간이 덧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직장에서, 물리치료사로써 더는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근무기간동안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경험하고 내가 해볼 수 있는 노력도 아마 최선을 다해 해보았기 때문에 더욱 후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상사는 자꾸말 말 끝에 '네가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다음에 어떤 병원을 가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대놓고 말한다. '저 병원일은 지금 할 생각 없습니다.'
아마 직장동료들은 내가 혼자서 얼마나 많은 고뇌,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난 일을 하면서 환자응대도 본인이 대충하고 싶으면 대충해버리는 선임들도, 환자에게 시비조로 말하는 선임도 봐왔다. 보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나도 기분이 안좋으면 그냥 내 멋대로 응대했다. 딱 컨플레인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더 힘들어지기만 했다. 일에 불만이 생겼고 내 직업에 불만이 생겼고 더 깊게 가서는 직장의 입지까지(유입되는 환자층) 불만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나는 병원물품을 거래하는 곳에서 보내는 자기개발서를 한권 발견했다. 치료실에서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꽂힌 책을 꺼내서 읽어보았다.(난 고민이 생기면 그걸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버릇이 있었다. )
목차에서 친절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그 순간부터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해보기로 하나의 실험을 했다.
나는 환자에게 더 상냥하게 대한다고 내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고 오히려 집에서 괜한 고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하지 않아도 되니 걱정이 줄었다.
또 직무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 직업상 비젼도 그렇고 직역의 입지가 자체가 점점 낮아지고 대우도 내가 원하는 평범한 워라밸과 거리가 멀어진 것을 보며 오히려 미련을 갖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나의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내가 하는 일의 메인은 적성에 맞았다. 그러나 물리치료사가 피해갈 수 없는 업무들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것말고도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책을 하나 써도 될 것 같지만 뭐, 그건 어찌보면 실패론 중의 하나 일 뿐이니.
일을 하면서 6월 급여가 내 직장생활 중 맥시멈이었다.
아마 내 나이대에 그 금액을 버는 친구들은 전문직 자격을 가진 또래 말고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 퇴사를 결심했다.
좋게 말하면 돈이 내 인생에 첫번째 가치가 아님을 단번에 깨달았고
나쁘게 말하면 '그 돈 받고 너네나 하고 자식 대대로 물려줘라' 정도 였다.
병원은 건강을 지켜준다는 호의적인 이미지지만 내면에는 수익체로 굴러가는 회사이다. 그런 회사에서 너에게 돈을 준다는 것은. 네가 일을 몹시 많이 해서 회사 영업이익을 많이 올려줬다는 의미이다.
내가 도수치료로 그 금액을 채운것이 아닌게 다행인가. 하지만 몸이 점점 상해가는 것이 은연 중에 느껴졌다.
나야 2년차지만 다른 동료들은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일했는데 속으로 '어찌버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초년생이 병원의 의료기사로 제법 큰 연봉을 처음부터 받기 시작하면 진로고민시 에러가 생긴다.
어? 내가 전에는 n000만원을 받았는데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려니까 무슨 초봉이 n000대 부터네;;!!
(뭐 당연히 억대에서 최저로 내려가는 수준은 입 벌어지는 격차는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격차가 아니기에 서민에게는 월 100만원 200만원이 무척 크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병원일은 죽어도 하기 싫은데 병원경력말고는 뭐 내세울게 없는데도 눈은 낮추기 싫어지고 그냥 병원에 붙어 지내게 된다.
필자라고 처음에 아 됐다 돈이고 나발이고 걍 그만두겠어.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거 아니다.
사실 돈을 생각하면 토익 하나 없이 몸으로 떼우는 것치고는 많이 주는 편이니 내가 집안의 가장이고 생계를 책임져야하고 혹은 학자금 대출이 이따시만큼 쌓여서 돈을 이만큼이라도 벌지않으면 유지가 안될 정도라거나 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상의 직업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산재 발생 위험이 있는 생산이라거나 현장쪽보다야 신체에 큰 불손을 가져다 주는 사고가 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윗 내용만 보면 필자가 4년제 대학 나와놓고 학자금대출 걱정도 없는 것으로 보이고 고생이란 고생도 안해보고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고생 많이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잔디꾸러미 트럭에 옮겨심고 땡볕에 마당에 잔디심고 일당 7만원받는 노가다도 해보고
농사지을 땅에 작년 경작시 쓴 비닐쪼가리 줍는 일, 벌초하고 수북히 쌓인 내 몸보다 큰 나뭇가지 꾸러미도 옮겨보고, 새벽에 차타고 나가서 웬 산골짜리에서 벌초하고 까끄리로 싹 다 치우고 몸에 닿인 곳에 풀독이 올라 야산에서 생수통으로 샤워하고 옷갈아입어본 적도 있다. 뭐 이걸로 천하 제일의 고생을 했다고 꺼드럭 거릴 것은 아니고 이정도 고생은 해봤다. 참고로 필자는 밀레니엄세대의 여자이다.
여튼 이런 고생도 해보았는데 여름이면 에어컨에 겨울이면 가디건에 난방도 빵빵허게 틀어주는 병원이 뭐시가 불만이냐 물으면은...
그 일을 해가지고 30대가 넘어서까지 몸 건사해가며 살 자신이 없었다. ^^!!
난 관절이 약한 편이기도 허구...
여튼.
난 그저 모험가의 삶을 살기로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태어났다 하였느냐.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오늘부터 생각이 조금 바꼈다.
인간은 희노애락을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
시험공부를 하며 즐거운 것도, 시험에 낙방하여 좌절스러운 것도, 누군가와 싸워 화가 나는 것도,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것도, 누가 나를 챙겨주어 감동스러운 것도, 이제는 보지 못하는 친구를 그리워 하는 것도, 아주아주 끝 없이 내려가는 심해처럼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도.
모두 그런 것을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
혹시라도 이 글이 검색에 걸려 들어오게 된다면 꼭 이 부분을 보아줬으면 좋겠다.
나라고 아무런 생각없이 그만둬버리지 뭐 하고 쉽사리 그만둘 수 있던 것이 아니다.
퇴사를 번복하며 고민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고 결정에 더 용기가 필요했다.
정말 내일이라도 큰병에 걸린다면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육체로부터 영혼이 자유로워지면 일이라는 것에서도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나를 제발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는 멈추지 못할 것 같으니 제발 나를 그만 괴롭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까지 했다.
그냥 퇴사하겠습니다. 한 문장을 말하기가 어려워서.
퇴사하면 나가서 뭐하지. 날 받아줄데가 있을까. 이만한데가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말을 못했다.
괜히 객기 부리는 건가. 나가서 후회하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보면 다 퇴사하고 유튜브 몇십만이다 백만이다, 어디 강연나간다, 부수입으로 몇백번다 등등 그런 거 보면서 '헹. 지들은 성공했으니 퇴사하라고 부추기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퇴사일을 위해 출근하는 중이고 부수입이고 뭐 없다.
하지만 그런 나 조차도 이미 퇴사를 지르고 나서 더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계획도 세우고 일정도 세우고 그냥 돈벌기 위해 꾸역꾸역 나가는 직장이 아니라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을 하는게 몸소 느껴진다.
아마 퇴사하면 그 공백이 크게 다가 올 수도 있지만. 그럴 수록 더 계획을 잘 세워나가도록 노력해야지.
물론 계획을 지키는 것이 제일 일 순위 이다.
모두 그럼 오늘도 고생하셨고 마음 속 고민을 한줄이라도 더 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