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10분까지 고3인 첫째를 학교에 모셔드리고, 학교에 도착하면 보통 7시 50분쯤이다.
그럼 교실을 환기하고, 당일 시간표 확인 후 책을 교탁에 올려놓고,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늘 일과를 고민하는 것이 보통 아침의 시작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교무실에 상주하는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이 미리 오셔서, 교무실 테이블 위에 케이크와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간단하게 하고자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8시 35분쯤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이 모여서 간단하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10분 만에 스승의 날 유공 표창 수여를 하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자축하면서 간단하게 기념식을 마무리하였다.
초임 시절에는 계기 교육을 충실하게 하였는데, 어느 순간 그러한 교육들이 사라지고 있는 학교 현장이다.
올해 담임을 맡으면서 초등학교 마지막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지켜야 할 기념일에 대해 유래와 그에 대응하는 행동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벌써 지나온,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 등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 지도하였다.
얼마 전에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편지 쓰고, 꽃 만들고, 어버이날 노래 준비를 시켜서 가정에서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미션을 주었다.
카네이션을 제작하던 중 카네이션을 더 만들어 스승의 날에 사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시켰다.
선생님들께 서프라이즈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카드 세션 후 준비한 카네이션이나 편지를 전달하였다.
일부러 후배들이 볼 수 있게 전달을 하였다.
전달식 후 서로 돌아가면서 소감을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재미있었고, 자신이 만든 것을 선생님께 드리니 뿌듯했다고 했다.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학교(江景女子中學校)에서 아픈 선생님들 위문하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되었으며, 세종대왕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것이 스승의 날의 유래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작년에 함께 근무하신 선생님께서 편지를 스캔해서 보내 주셨다. 2년 전 제자가 쓴 감사의 글이었다. 그때 말 잘 듣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선생님들은 카네이션도 못 받는 것이 학교 현장이 되었다.
따라서, 스승의 날 행사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는 부담이 되었다.
과연, 이것이 온당한가?
물론 기본 취지에 상관없이 과하게 선물을 하거나, 보여주기 행사를 하는 것은 반대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접촉되는 행위를 하는 교사는 몇이나 될까?
짧은 소견이지만, 법은 기준과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선생님 모임 중 카톡에 여러 이미지가 올라왔다.
제자들이 준 카드나 카네이션, 편지를 자랑하는 동료 교사들이다.
이 얼마나 순수한가? 작은 메모에 감사하는 선생님들…….
그런데, 마지막 동료 선생님의 글이 압권이었다.
‘저는 민원폭발, 방금 학부모님 전화 받았어요.’
‘어제 50세 초등교사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로 인해 순직했어요.’
경력 20년 차에 접어드니, 학생들에게 교사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첫 발령을 받았을 때의 그 교직관은
결혼 후 바뀌고
자녀를 양육하게 되면서 바뀌었다.
학교 현장을 둘러보면, 그렇게 나쁜 교사가 흔하지 않다. 거의 없다고 표현할 수 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나쁜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전체가 피해를 본다면…….
대한민국의 학교는 아직 맑다.
선생님들은 제자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본인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다.
꽃 한 송이 받는 것이 어색하게 된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앞으로 어찌 학교생활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