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18년만에 보다
7월 어느 날 나의 뮤즈가 인천에, 문학경기장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길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영국 밴드들이 계속 내한하는 추세에 설마 뮤즈도 오지 않을까 조금의 기대가 있었지만, 갑자기 오피셜로 발표되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일반 예매로 스탠딩 A3 구역을 성공했고 처음으로 셔틀이란 것도 예약했다.
7,8월 미친 폭염에도 오직 스탠딩에서 버틸 생각으로 밤마다 1시간씩 걷기와 러닝을 했다. 이번에 정말 미친 듯이 뛰어야겠다는 집념이 망가져가는 체력을 끌어올렸다.
살이 빠졌고 저녁을 패스하는 것도 익숙해져서 공연 당일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unravelling을 시작으로 쉼 없이 90분 동안 달리는 공연. 2007년 펜타포트 이후로 처음 직관이기에 psycho, uprising, won't stand down, madness, undisclosed desire 같은 곡들을 라이브로 접해서 신선했다. 그래도 역시는 hysteria, Stockholm syndrome, plug in baby, time is running out 이렇게 4인방 아닐까. 리프 뭣 하나 빠질 수 없이 다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곡들. 도저히 그냥 서서 들을 수는 없는 곡들. 나처럼 중년팬에겐 뮤즈 그 자체 인 곡.
누군가는 거대 노래방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키를 낮춰 불러서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2007년 매튜를 봤을 땐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쉽게 불러서 충격이었다. 18년 지난 지금은 숨소리도 느껴지고 일부분 관객이 메꿔줘야 되는 순간도 생겼다. 간혹 곡이 너무 좋아서 엄청 기대했다가 음원보다 라이브가 너무 별로여서 실망시키는 밴드도 종종 있었는데, 매튜는 이제야 사람스럽게 보이는 라이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정말 사람이 아닌 신의 경지였었다. (이게 정말 얼마나 대단한 건지 사람들은 인정해야 한다 )
한결같은 크리스의 묵직한 연주와 도대체 어디서 힘이 나기에 저렇게 드럼을 다룰 수 있을까 의아했던 도미닉까지
여전히 뮤즈는 그대로일 뿐
스타라잇 1-2-1-3 박수를 신나게 치고 있자니 18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고, 잠실 실내 체육관 첫 내한도 떠오르고 그때의 나도 스쳐갔다. 머리 위로 밤하늘을 수놓는 폭죽들이 얼굴에서 눈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초췌한 얼굴을 감추려 마스크를 쓰고 집으로 오는 길 벅차오르는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씨유쑨 이라고 한 거 3만 명이 다 들었으니, 그 약속 꼭 지켜주길.
그 누구도 뮤즈는 대신할 수가 없다.
한동안 뮤즈에 빠져서 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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