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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작 Dec 09. 2021

세상을 덮으며

하수구에도 눈이 내립니다

마음이 따뜻했던

봄을 지나

현기증 같은 욕망의

여름과

그대를 떠나보낸

몹쓸 가을을 견딘 오늘

흰 비는 귀먹은 듯

기다렸을 세상을 덮습니다

서러움에 그리움에 지친 

가는 어깨를 떠난 눈이

세상을 덮으며 

하수구에도 내립니다 







시인 잡채


하필 눈이 쌓인 공간이 하수도임을 피력한다. 왜 하수도인가? 도시의 가장 어두운 구석인 하수도.

작가는 가장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하수도에서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려는 의도를 밝히고 있는지 모른다. 가장 은밀하고 어두운 부분들이 어쩌면 인간 내면의 속물성을 드러내고 도시의 욕망과 타락을 자위하는 동시에 그 모순마저 순백의 눈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 따뜻한 의도로 풀이한다.

어쨌든 흰 비는 하수도로 일컬어지는 썩어가는 인간성을 정화하고 나아가 이 도시의 어두운 구석구석의 풍경까지 닿기를 바라는 작가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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