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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파에서 중국 리장으로(2)

베트남 사파를 떠나기 전까지

by 김이름 Feb 15. 2025

12일의 여행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로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걸어서 국경을 넘고, 쿤밍을 거쳐 리장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상하이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온 일정입니다. 이 여행 루트를 경험해본 이들이 많지 않을 듯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정보 위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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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사파에 도착했기에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판시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아침에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해서 도착한 날은 날씨가 제법 맑았습니다. 판시판에 가기 위해서는 선플라자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호텔을 나와 길을 걷는데 오토바이그랩 기사들을 마주쳤습니다. 우리는 판시판에 갈 예정이라니, 타는 곳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두 대의 오토바이 총 100,000동. 흥정해 80,000동에 가기로 했습니다. 약, 4,800원 정도. 한 대당 2,400원꼴. 호텔 직원에게 모노레일 타는 곳이 멀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오르막길이라 그냥 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갔습니다. 이렇게 멀다고? 한참 달린 끝에 도착했고, 너무 많이 온 것 같은 기분에 애초에 제안했던 100,000동을 건넸습니다. 어쨌든, 서로 기분 좋은 거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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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착한 후 알았습니다. 무언가 잘못됐다? 우리는 모노레일을 타는 선플라자에 가는 줄 알았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오면 탈 수 있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바로 왔다는 것을요. 바로 중간지점으로. 호텔에서 나온 순간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던 거였습니다. 내리막길 방향으로 가야 했는데, 오르막길로 갔던 겁니다. 그래서 오토바이로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상당히 달려왔던 겁니다. 오토바이그랩을 만난 것이 어쩌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물론, 내려가는 길에 다시 모노레일을 타야 했고, 모노레일은 왕복과 편도가 같은 금액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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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는 케이블카가 8시 20분 정도부터 운행된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8시 정도였고, 이미 운행이 시작된 상태였습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고, 상당한 거리를 운행함에도 케이블카 자체가 워낙 커서 흔들림이 비교적 적어 고소공포증이 심한 제가 타기에도 크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30명 정도 탄 것 같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비로소 판시판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팁이라면 이때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정상으로 가는 다음 모노레일을 타러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모노레일을 탈 때 상당한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야외였고, 날이 맑았음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어차피 다시 내려오는 지점이라 사진은 이후에 찍어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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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판시판에 간 건 행운이었습니다. 날이 화창했습니다. 이후의 시간은 안개 속 사파만 볼 수 있었기에 첫날 판시판을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판시판의 풍경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여정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케이블카를 타고,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도 계단으로 다시금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려올 때는 천천히 풍경을 보면서 내려올 생각으로 모노레일 티켓을 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단이 상당히 좁고, 가파릅니다. 비교적 걸음도 많이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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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는 베트남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호텔 체크인을 했습니다. 피스타치오 호텔. 3박. 트윈룸. 평일. 하루에 11만원 정도. 조식 포함. 호텔의 컨디션은 괜찮았습니다.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기에 초반에는 잘 몰라 언덕을 오르내렸지만 알고 보니 6층 로비가 아닌 1층 헬스장 옆문으로 나가면 그래도 편안하게 밖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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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룸에서 발코니로 나가보면 안개가 자욱하다는 느낌을 넘어 안개벽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씨가 사파를 떠나는 날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낭만과 운치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냥 침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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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파를 기대할 때 조용한 작은 시골 마을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상업화된 도시였고, 생각보다 특색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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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깟깟마을에 갔습니다. 소수민족이 살던 동네라 해서 많이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정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호텔에서 택시를 불렀습니다. 호텔에서 부른 택시는 좀 더 비싼 것 같습니다. 전날, 다른 택시를 탈 때 깟깟마을까지 요금을 물었고 100,000동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가격이 평균 같습니다. 호텔에서 부른 택시는 왕복 300,000동을 불렀습니다. 우선, 탔고 도착해서는 카톡으로 출발 10분 전 연락을 달라고 하더군요. 요금을 왕복한 후 받으려고 하길래 느낌상 더 저렴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편도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역시, 돌아갈 때는 100,000동에 갈 수 있었습니다. 흥정한다면 더 저렴하게도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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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깟마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오토바이그랩을 이용하는 겁니다. 당시에는 비가 좀 내리고 있었기에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엄청난 후회를 불러옵니다. 처음에 깟깟마을에 도착 후 입구부터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갈 때야 그래도 덜 힘든데 문제는 내려간 계단만큼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부분은 똑같은 상점들로 쭉 이어져 있어서 패스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저희는 다시금 택시로 돌아갈 것만 고집해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며 온갖 짜증이 몰려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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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오토바이그랩을 이용하는 건데 계단을 올라가는 초입에 기사님들이 모여 계시면서 오토바이 타고 가라고 영업을 하십니다. 오토바이를 타면 계단을 오르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저희는 고집을 부리며 택시만 타겠다고 했고, 그날 제 무릎은 아작났습니다. 왕복으로 오토바이그랩을 타는 것, 그것이 깟깟마을을 가장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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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든 이동의 과정이 있어서인지 깟깟마을에 대한 감흥도 제로였습니다. 몸이 편해야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사람들의 삶이 보일 텐데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서는 빨리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판시판이나 깟깟마을이나 상당히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체력 이슈가 좀 있습니다. 역시, 깟깟마을에서 돌아오자마자 밥도 패스하고 뻗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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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정은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사파 도심을 구경했습니다. 구글에서 평점이 높은 과일가게도 찾아갔습니다. 망고를 1kg 주문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익은 망고를 담아주셨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적당히 익은 걸로 달라고 해서 1kg를 다시 주문했고, 그나마 좀 나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사람들이 남겨놓은 평점과 리뷰는 어떤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가이드가 되지만 꼭 그것이 만족감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정보를 찾아보고 간 곳에서 실망한 적이 더 많고, 어떤 정보도 없이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만족감을 얻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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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점은 베트남 음식을 매우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사파에서는 딱히 맛집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호텔 조식에서 나온 쌀국수가 사파에서 먹은 쌀국수 중 제일 맛있었다는 것입니다. 사파에 가기 전 인터넷에서 누군가 사파에서는 맛집을 찾기 힘들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사파에서 간 식당 중 제일 맛있었던 것이 마지막에 먹었던 피자였으니까요. 물론, 호텔 인근에 평점 높은 반미집도 있었습니다. 맛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수 등 야채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평점 높은 반미집도 가봤지만 예전에 먹었던 다낭의 천원도 안되는 길거리의 반미를 먹었을 때의 특색은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파에서는 무언가 맛도, 풍경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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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인터넷에 여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도서관에서 여행 관련 책을 찾아봤습니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의 여행을 따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여행관련 책을 보지 않았습니다. 이후, 사람들의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졌습니다. 한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온 맛집들이나 유명 관광지를 무조건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무난한 맛과 무난한 풍경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의외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만남과 맛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점차, 검색을 줄이고, 여행지에 가면 무작정 걸어 다닙니다.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현지인들과 찰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인연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낭만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 여행기를 보시는 분들도 참고만 하시고, 각자의 여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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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안개의 도시 사파를 떠나 중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중국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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