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 도착까지
12일의 여행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로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걸어서 국경을 넘고, 쿤밍을 거쳐 리장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상하이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온 일정입니다. 이 여행 루트를 경험해본 이들이 많지 않을 듯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정보 위주로 남깁니다.
애초에 가고 싶었던 곳은 중국 리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짜상 중국은 설날을 피해서 가야겠다는 마음에 지도를 보니 베트남 사파와 인접해 있었습니다. 어차피 리장까지는 직항이 없던 상황이었고, 사파도 가고 싶던 도시면서,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겸사겸사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조사 결과 사파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의 라오까이 지역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리장에 가기 위한 12일의 일정이 계획되었습니다.
우선, 하노이까지 가는 대한항공을 예약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올 때 어떤 루트를 선택할지 고민되었습니다. 리장에서 한국으로 바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선택지는 2가지였습니다. 쿤밍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방법 하나와 국내선을 이용해 다른 대도시로 이동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고, 상하이에서 1박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더군다나 말도 안 되는 비행기 값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노이까지 대한항공을 40만원대로 예약을 했고, 이후 30만원 정도까지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비행기 값은 늘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리장에서 상하이를 거쳐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중국동방항공을 예약했습니다. 가격을 보고 이거 가짜 아니냐고 의심도 했습니다. 15만원. 수화물 23kg에 기내식까지. 이게 말이 되나? 이거 예약 안 되는 거 아닌가? 온갖 상상을 다했지만 진짜였습니다. 생각보다 기내식도 먹을만 했고, 국내선의 경우 비행기가 작아 좀 많이 흔들린 감이 없지 않았지만 국제선은 비행기도 크고, 기장님도 한국분이라 더 편안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이 가격이면 다시 탈 의향 있습니다.
크고 작은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먼저 대한항공을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습니다. 하노이에는 낮 12시 정도에 도착했습니다. 밤에 슬리핑 버스를 타고 사파로 떠날 여정이었기에 버스 회사 앞에 있는 저렴한 호텔을 잡기로 했습니다. 전날에도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짐을 잠시 둬야 하고, 버스에 타기 전에 쉬고, 씻을 수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마리나 부티크 호텔 하노이. 토요일. 더블룸 4만 2천원 정도. 길만 건너면 버스 사무실이었습니다.
베트남도 설날이 매우 중요한 명절이라는 걸 비행기를 예약하고 알았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길고 대부분의 유명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혹시나 했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고 싶었던 유명 맛집들은 갈 수 없었습니다. 대신, 거리에서 쌀국수를 먹고 기찻길에 잠시 들러 기차 지나가는 것은 보았습니다. 반쎄오도 맛있었고, 유튜브를 보며 평소 먹어보고 싶던 녹색망고도 맛보았습니다. 참고로, 녹색망고에 새우소금을 주는데 뿌리지 말고 따로 달라고 하세요. 뿌려 달라고 했다가 엄청 짜게 먹었습니다. 한나절의 하노이 여행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보냈습니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이동 시간은 약 6시간 정도 였고, 버스는 HK. 클룩을 통해 예약을 했습니다. 1층은 좁은 공간에 2명이 함께 누워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성인은 2층을 1명씩 예약합니다. 당시에도 어떤 커플이 각자 1층을 예약한 줄 알았다가 직원에 한 공간을 함께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의 경우 예약한 시간 정각에 출발했지만 다른 한국인 가족은 예약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버스는 나름(?) 깨끗했고, 편안했습니다. 전날부터 피곤함이 쌓여있었기에 아주 꿀잠을 잤습니다. 중간에 휴게소를 2번 들렀고, 저는 첫 번째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기에 소액의 잔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3,000동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사파에 위치한 버스 사무실에 도착하면 다른 차로 옮겨 각자의 호텔 앞으로 데려다 줍니다.
다행히 사파 도착 첫날은 날씨가 아주 맑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우리는 안개 속 사파만 볼 수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사파. 운치있고, 낭만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