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day in London 2

런던에서의 마지막 2

by 도아

다음날, 파리로 가는 기차(런던-파리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유로스타를 이용했다. 유로스타는 일찍 예약할수록 비용이 저렴하다)를 오후 출발로 예약해서 오전에 런던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영국식 아침을 먹으러 갔다.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서 영국식 아침(full english breakfast)과 스콘, 따뜻한 블루베리 티 하나를 시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제일 먼저 나온 스콘은 영국에서 먹은 스콘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스콘을 남기면 한국 가서 정말 후회할 거 같아 배불러도 스콘은 남기지 않고 끝까지 다 먹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온 영국식 아침은 베이컨, 해시브라운, 계란프라이, 버섯과 토마토 구이, 베이크드 빈즈, 빵과 버터 구성으로 심플하게 나왔다. 하지만 맛은 절대 심플하지 않았다. 너무 맛있는데 배불러서 다 먹지 못한 게 속상할 정도였다. 내가 많이 시키긴 한 건지 계산할 때 점원분이 "너 진짜 배부를 거 같은데?"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세인트 판크라스역(유로스타 기차역)까진 택시를 타고 금방 갈 거라 밥을 먹고도 1-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숙소에 짐을 놔둔 터라 숙소 근처에 있는 빅벤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밥을 먹고 나와 빅벤까지 런던의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날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날씨가 흐렸다. 그래서 더욱이 런던의 분위기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빅벤까지 가는 길에 커피도 사고, 기념품 가게가 보여 잠깐 구경도 하며 여유 있게 런던을 즐겼다. 나는 빅벤 다리를 건너 빅벤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빅벤 맞은편에 다리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거기엔 하트 그림으로 채워진 벽이 있고, 그 하트 안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 벽은 코로나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추모공간이었다. 나는 그 길을 무겁고 슬픔 마음과 함께 여행에 대한 아쉬운 마음 등 복잡한 심정으로 그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서 처음 출발했던 곳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빈 벤치가 있어서 벤치에 잠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일기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빅벤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러던 중, 한 할머니께서 벽에 무언가를 쓰시곤 내가 앉은 벤치에 앉으셨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할머니께서는 소중한 누군가를 마음에 묻어두는 중이라는 것을. 나와 할머니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어를 못해서도 있지만 그저 빅벤을 바라보며 할머니께서 잠깐은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할머니와 나는 빅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각자의 행복, 아쉬움, 슬픈 감정들을 천천히 묻어두고 있었다.


세인트 판크라스역까지 가는 길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급하게 버스를 타고 간 것, 정류장을 잘못 내려 역까지 뛰어간 것, 기차 타는 곳이 어딘지 몰라 잠깐 멘붕 온 것. 다행히 탑승시간 직전에 도착해서 무사히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영국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아쉬울 때 떠나라’라는 말을 아쉬울 때마다 내뱉곤 했다. 미련은 좋은 기억을 남기기에 미련이 남을 때 떠나야 한다. 아쉬워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다 보면 오히려 또 다른 행복을 놓치고 후회만 남게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은 거 같다. ‘아쉬울 때 떠나라’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은 덕분에 영국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거 같다.


영국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파리로 가는 기차에서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굳이 배울 필요는 없었지만 배운 게 있다면 메모해 두고 싶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문득,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길을 걸으면서도 풍경을 볼 줄 아는 여유와 느려진 발걸음을 생각하며 파리 여행은 조금 더 여유롭게 그리고 유연하게 여행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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