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Paris

파리로

by 도아

런던-파리 유로스타를 타면 파리 북역에서 내린다.(파리북역은 파리 안에서도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보단 택시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파리 북역에 내리자마자 교통카드를 만들러 갔다.(파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의 종류는 다양하다. 나는 나비고 일주일권을 구매했다. 나비고를 만들면 카드 뒤에 증명사진을 꼭 붙여한다. 파리 교통권 자세히 알아보고 가기!!) 북역 안에서 교통카드를 만들고 택시를 타러 갔다. 유럽여행 카페를 보니 파리 북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면 바가지를 씌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시를 따로 불러 이동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북역 승강장에서 택시를 탔다. 다행히 구글로 찍히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나왔고 기사님도 친절하셨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파리의 거리를 구경했다. 런던과는 다른 느낌의 건물들과 6월의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파리 거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사장님께서 커피를 내려주셨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뭘 먹을까 고민을 했다.

나는 과자를 정말 좋아한다. 건강엔 무척 안 좋지만 끼니를 과자로 때울 때가 꽤 있을 정도로 과자 러버다. 프랑스에 맛있는 과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저녁으로 과자를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주변 마트로 향했다.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처럼 파리 거리를 나가기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과자는 먹고 싶었던 나는 두려움을 참고 일단 나가보았다. 영국도 그렇긴 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더욱이 치안을 중요시했던 터라 치안이 좋은 구로 숙소를 잡았다. 그덕분에 에펠탑과의 거리는 꽤 가까웠다. 숙소 안에서도 에펠탑이 보였고 마트 가는 길엔 더더욱 잘 보였다. 이게 현실인지 뭔지 싶은 심정으로 일단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구경을 하는데 역시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수십 가지 종류의 요거트와 치즈, 버터들이 가득했고 와인들이 너무나도 저렴했다. 첫날부터 마트에서 사치를 부릴 순 없었기에 눈을 질끈 감고 과자 코너로 향했다. 역시나 종류는 다양했고 유명하다는 과자들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나는 먹어보고 싶은 과자와 젤리를 구매해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저녁 10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6월의 파리는 해가 길어 10시-11시는 되어야 해가 졌다. 그래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도 체감상 느끼지 못했다. 밤 10시까지 해가 지지 않는 곳을 처음 가본 터라 괜히 신기했고 즐거웠다. 샤워를 하고 젤리와 일기장을 꺼내 거실로 나갔다. 숙소 사람들은 여전히 파리의 낭만적인 밤을 즐기고 있었기에 숙소엔 나와 사장님, 사장님 남편분만 계셨다. 숙소의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인테리어는 원목으로 되어있고 프랑스풍 느낌이 나면서도 동양이 살짝 섞인, 촌스럽지 않고 굉장히 앤틱 했다. 그리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잔잔한 음악까지 흘러나와 숙소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낭만적이면서 감성적이었다.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식탁에 앉아 젤리를 먹으며 일기를 써 내려갔다. 일기를 쓰던 중, 사장님께서 곧 에펠탑이 반짝거릴 테니 테라스에 있으면 더 좋을 거라고 하셨다. 내가 간 시기에는 화이트에펠은 볼 수 없었지만 11시가 되면 에펠탑이 5분 동안 반짝반짝했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나는 테라스로 나가 일기를 썼다. 그리고 11시가 되자 에펠탑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행복했다. 신기하고 행복했다. 내가 감히 이런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잠깐 머물다 어느새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행복을 마음에 두고 내일을 위해 벅찬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누군가는 그 말 뒤엔 사람을 좋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마음조차 없는 거 같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나도 모르게 늘 기대를 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에게 실망을 하는 경험을 꽤 해온 거 같다.

기대를 한다는 건,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기대를 걸어보는 거 같다. 기대를 건 내 잘못인 것도 알고, 그 사람이 내 생각대로 해줄 거란 그 생각 자체도 나의 오만인 걸 잘 알지만 난 늘 또 한 번 그리고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실망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지배할 때쯤 나는 여행을 왔고, 그런 생각을 좇을 필요가 잠시나마 없어졌다.


여행을 하며 남에게 기대를 하기보다 나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순간이 많아졌다. 나에게 기대를 걸어본다는 건,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 생각과는 정반대로 너무 즐거웠다.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추어진 그러니깐.. 아주 적극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가고 싶은 곳만 가는.. 내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쯤, 내가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대를 걸어본다는 거, 부담이 되고 상처만 남게 될 때도 있지만 나를 더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날. 그리고 내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아서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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