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집에서 시작된 나의 일

내게 워라밸은, ‘워라 공존’이었다.

by 제이그릿

10년 전, 집에서 시작된 '나의 일' 이었다.

오피스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내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집’이었다.


사진: Unsplash의Marissa Grootes



아이를 돌보며 나의 일도 해낼 수 있다면,
그건 내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무급으로 시작했던 일이다.

첫 시작엔 예산도, 견적서조차 없었다.

배운다는 사실, 자체로 즐거웠고 '그냥 한다'라는 일념으로

지속했다.


그렇게, 내 자리에서 묵묵히 해온 일들로 뜻밖의 성과도 만나게 되었다.

플랫폼에선 프라임 기업으로 선정되고, 1인 기업으로 단건에 수백만원이 넘는 프로젝트 견적서를 내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많은 이들이 워라밸을 말한다.

하지만 내게 워라밸은, ‘워라 공존’이다.
일도 놓고 싶지 않았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은 나 자신의 성장에 집중했다.
혼자만의 수직성장에 몰두해 왔던 시간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함께 넓어지는 방향으로.

예전엔 생각만 하다 미뤄두었던 일들에
하나 둘, 손을 뻗기 시작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는 사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요즘은 ‘조금 더 잘 살아가는 방법’에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가족 네 명이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시간.
결국, 그 한 끼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나는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조금 더디더라도 괜찮다.
언젠가는 도달할 거라는 '앎'이 있으니
천천히 가도 좋다.


요즘, 모두가 불황이라 말한다.
나 역시 그 기운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감사한 건,
꾸준히 나를 찾아주는 주거래처 덕분에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나 스스로도 한층 레벨업을 했다는 체감이 든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과
입학을 앞둔 일곱 살 딸.

아들은 새로운 친구들과 부쩍 가까워지며
이사 온 낯선 동네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잘 적응했다.


딸은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된다.

누군가 말했다.
"아이 유치가 빠질 무렵, 워킹맘은 잘 버텨야 한다."
참 절묘한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일을 놓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내 시간을 확보하려 애썼겠지만,

지금의 나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의 초등학교 1~2학년 시기만큼은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아보려 한다.

그리고 그 시기에도
분명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지금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내 작업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마음이 설렌다.


무언가 또 시작될 것 같은 기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언제나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 마음을 담아,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 제이그릿


이전 06화6편. 아이를 키우며, 나도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