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한 단의 열정, 남대문 새벽의 온기를 떠올린다

by 옥빛두루 이경주


슈퍼에 들른 어느 날, 눈길을 사로잡은 풍경이 있었습니다. 대파 여섯 줄기를 한 단으로 묶어, 단돈 990원에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


“여기 봐요! 파 여섯 줄기 990원! 안 사면 손해예요!”


그의 목소리에는 살아 있는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목소리뿐 아니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

그 열정이 낯선 마음에 작은 불씨처럼 옮겨붙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구니에 대파를 담으며 발길을 멈췄습니다. 저 역시 망설임 없이 두 단을 샀지요.

파는, 어떤 음식에도 빠질 수 없는 우리네 살림의 기본이에요. 그러나 오늘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삶의 기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아저씨를 보며 몇 해 전, 딸과 함께 찾았던

서울 남대문 새벽시장이 떠올랐습니다.


밤 12시 무렵, 남대문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졸음은 어디로 갔는지, 사람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시장은 북적이는 숨결로 가득했습니다.


누군가는 좌판에 물건을 펼치고, 누군가는 한 보따리 짐을 짊어지고 골목을 누볐습니다. 무거운 지게를 진 어깨는 축 늘어졌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자긍심이 실려 있었지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자영업자들이 이 새벽을 지나, 다시 각자의 자리로 향할 겁니다. 소매상으로, 가게로, 장터로. 그 모든 분들의 하루하루에, 복이 깃들기를, 일마다 술술 풀리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딸과 저는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삶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그들은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계산기보다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길가 포장마차에 앉아 뜨끈한 국수를 먹었습니다. 진한 멸치 육수에 파가 송송 떠 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 그릇. 그 국수는 삶이 직접 끓여낸 진짜 맛이었습니다.


파 한 단의 열정에서, 남대문 새벽의 땀방울에서,

우리도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집니다. 오늘도 묵묵히 일하시는 모든 이들의 하루가

진심으로 빛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