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캠핑, 아니 글램핑의 추억(2)
첫 캠핑(아니, 글램핑)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갑작스레 마음이 부산해졌다.
1박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처럼 캠핑장에서 저녁식사와 야식, 다음날 아침까지 야무지게 먹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우리 부부는, 메뉴 선정과 각각의 메뉴에 들어갈 식재료들을 사기 위해서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다.
"저녁은 일단 고기 구워 먹어야지! 돼지? 소? 둘 다 사자! 새우도 구워볼까?"
"콜! 밥도 먹어야 할 테니까 햇반도 좀 사고, 고기랑 같이 구워 먹을 버섯이랑 양파도 담아야겠다. 아! 상추, 상추!!"
"허브소금도 사야겠다. 고기 먹고 후식으론 된장찌개?"
"좋아! 그리고 과자도 좀 챙겨야 하지 않겠어? 탄산음료도 좀 가져갈까? 캠프파이어 화로에 마시멜로도 구워 먹자~. 아 참, 생수도 사야 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사야 할 것으로 보였던 그날 저녁, 마트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어느덧 우리의 카트 속에는 온갖 식료품과 생필품들이 가득 차있었다. (1박이었는데 2리터 생수 6개 묶음은 대체 뭐냐고...)
계산대를 거쳐 나오는데, 손에 들고서 탈춤 한 판을 추어도 너끈할 듯한 길이의 영수증을 보고 있자니 뭔가 헛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단 하루 캠핑을 가는데 일주일은 너끈히 버틸 만큼, 누가 보면 피난 가나 싶을 정도로 식료품과 생필품 쇼핑을 해버린 우리. 그래도 부족한 것보다는 낫지 않냐, 이렇게 샀어도 캠핑장에 있는 매점에서 사는 것보다야 훨씬 저렴할 거라는 자기 합리화가 집에 돌아가는 내내 이어졌을 뿐이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쇼핑물품 외에도 각종 세면도구, 옷가지에 심지어 두루마리 휴지까지 챙기는 치밀함으로, 트렁크를 가득 채울 짐보따리를 서너 개를 만들고 나서야 그날 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까지 "혹시... 혹시...?"를 중얼대며, 아직 못다 챙긴 (그놈의) 만일을 위한 대비용품이 있는지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나서야 비로소 캠핑장으로 가는 차 안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집을 채로 들고 오는 게 더 편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도 나름 빨리 챙겨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캠핑장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몇 남지 않은 상태였다. 캠핑장 입구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했어도 그나마 공간이 남아있음에 안도하며 서둘러 주차를 하고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사무실 겸 매점으로 향했다.
우리 부부는 캠핑장에서도 제일 안쪽에 있던 텐트를 배정받았다. 주차도 입구에서 제일 멀었는데 텐트는 캠핑장의 제일 안쪽 구석을 배정받다니... 바리바리 싸 온 짐을 한 번에 다 옮기는 건 무리였기에, 큼직한 보냉백을 들고 수십 개의 텐트 사이 통로를 두어 번 왕복하는 고행을 하고 나서야 드디어 캠핑장의 의자에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었다. 이미 몸은 천근만근인데 아직 캠핑은 시작도 안 했다는 사실. 자꾸만 허탈한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건 기분 탓인가.
초가을의 태양은 제법 뜨거운 입김을 불어댔고 무거운 짐을 옮기던 우리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글램핑장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사치, 텐트 안에 에어컨부터 전원을 켜고서는 잠시 텐트 안에서 땀을 식히며 앉아있으니 그제야 텐트 바깥에 푸르른 산과 언덕 아래서 열심히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는 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좀 뭔가 캠핑 온 기분이 나는데? 잠깐의 쉼으로 마음에 긍정의 불이 살짝 켜진 우리는, 그래도 텐트 치는 작업이라도 건너뛰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서로를 다독이고는 캠핑의 꽃, 숯불구이 고기 한상을 준비하자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단 매점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한 불판과 숯을 사고 해가 지면 피워 올릴 캠프파이어를 위한 장작까지 구입 완료! (아직도 더 사야 할 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주인분의 도움을 받아 자그마한 드럼통 반만 한 사이즈의 바비큐통에 숯을 피웠다.
우리가 사서 가져간 부위는 (우리가 좋아하는) 기름기가 별로 없는 등심과 안심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발갛게 달궈진 숯 위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 그 위에 소고기를 올리자마자 우리의 소중한 고기들은 철판에 찰싹 달라붙어버렸고 테두리가 금세 시꺼멓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악!! 안돼, 안돼! 프라이팬, 프라이팬!!!" 다급하게 프라이팬으로 남아있는 고기를 대피시켰지만 일부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대로 음식물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했다.
소고기는 철판에 바로 구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소고기 절반을 날린 상태에서) 깨달은 우리. 남은 소고기는 프라이팬 위에서 천천히 익혀서는 야곰야곰 집어먹었다. 먹으면서 둘은 고뇌에 빠졌다.
"프라이팬을 쓸 거면 굳이 바베큐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지 않아?"
"그럼 이번엔 철판을 새로 사 와서 호일을 깔고 구워보자!"
슬쩍슬쩍 (우리보단 캠핑 고수로 추정되는) 옆 텐트들을 곁눈질해 보니 호일을 밑에 깔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두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도 이번에는 철판 위에다가 호일을 깔고는, 익는 데에 오래 걸릴 것 같은 호박이나 양파, 감자 같은 채소와 함께 큼직한 타이거 새우를 야무지게 올려두고 남은 자리에서 돼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고기를 굽던 사이, 고기냄새를 따라 킁킁거리며 예기치 못한 손님이 등장했다.
2025.09.27.
Ellen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