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3

벙커에서 본 일출

by Eddie Kim

시체스 때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즉흥적으로 정한 일정이었다. 벙커(MUHBA Turó de la Rovira)가 유명하다고 듣긴 했는데, 밤에 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일출을 볼지, 일몰을 볼지 고민하다가 일출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도 일출을 잘 안 보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습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 6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카탈루냐 광장 근처의 ZARA 매장 앞에서 22번 버스를 타면 벙커로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22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서 벙커에 도착했다. 그래피티가 잔뜩 그려진 벽과 굴러다니는 술병, 과자 봉지, 흐릿한 담배 냄새가 벙커와 너무 잘 어울렸다.


사람이 거의 없는 벙커 일출. 떠오르는 오렌지빛 해가 멋지다.


떠오르는 빨간 해. 그 주변을 감싸는 분홍빛 하늘과 벙커 위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일출과 일몰을 왜 보러 가는지 그때 알 것 같았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벙커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먹던 하몽 샌드위치가 생각난다. 다음번에는 일몰을 보러 와야겠다.


밝아진 하늘 덕분에 벙커에서 내려오는 게 무섭지 않았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