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로 이사 가기
오늘은 드디어 호텔과 호스텔 생활을 청산하고 약 1.5개월 동안 지낼 에어비앤비로 들어가는 날이다. 숙소가 위치하는 La Vila de Grácia 지역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약 일주일을 관광지 근처에서 보냈으니 남은 날은 조용하게 현지인들의 거리에서 지내보고 싶어서 이 위치의 에어비앤비를 구하게 됐다. 짐이 많기 때문에 2번이나 왔다갔다하긴 했지만 집은 대만족이었다. 지내보니 아침저녁에는 좀 춥지만,, 그것만 빼면 방이 너무 깨끗하고 크고 아늑한 진짜 유럽 느낌 나는 방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앞집 창문 발코니도, 건물 현관문을 나서면 보이는 오렌지 나무도 너무나 맘에 든다. 홈스테이 할 집에는 나포함 5명이 살고 있는데 다들 시간대가 안 맞아서 그런지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부엌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 첫날 집주인인 Rosa가 방을 안내해 주며 몇 가지 지켜야 할 룰을 알려줬는데 대체적으로 청결에 관한 거라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다만 열쇠가 문제였는데.. 열쇠 사용이 익숙지 않고 건물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 열쇠로 문 여는 게 어려워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열쇠로 문 여는 것을 연습해 본다고 잠옷바람으로 나갔다가 문이 안 열려서 집에 못 들어온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윗집 남자가 우연히 보고 문 여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찔했다 정말.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추억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문 여는 것에 익숙해져서 한 번에 열 수 있게 되었지만 3일째까지도 2~3번은 시도해 봐야 열렸기 때문에 곤란했었다. 열쇠를 매번 챙겨야 하는 것, 좁은 계단, 삐걱거리는 복도, 차가운 집 공기가 조금 불편했지만 이제는 일주일째가 되서 익숙하고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줘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 조금씩 동화되어 가는 것 같다.
+ 일기를 쓰려고 주변 카페를 찾았는데 SlowMov라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어서 가게 됐다. 플랫 화이트와 시나몬 빵을 먹었는데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아서 종종 찾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실내에도 대형견이 들어오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 교육을 시키는 것인지 강아지들이 도통 짖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실내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주인 옆에 고고하게 앉아있는데 참 예쁘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