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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Apr 29.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5

근교 여행하기 02. 몬세라트와 다시 찾은 시체스



오늘은 투어로 몬세라트와 시체스를 가게 되었다. 지난번의 시체스 여행은 갑자기 가게 된 근교 여행이었고 사실 이 투어가 원래 계획되어 있던 여행이었다. 버스 타고 가는 가이드 투어는 여행 경험 통틀어서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람들이 왜 패키지여행을 하는지 너무나 이해가 됐던 하루였다. 너무 편하고 가이드님께서 사진 스팟과 맛집 리스트를 바로 공유해 주시니 내가 에너지 소모해 가며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 게 진짜 좋았던 반면에, 어떤 장소가 맘에 든다고 그곳에서 더 오래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아침 8시 30분에 만나서 첫 번째로 떠나게 된 몬세라트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 있는 곳으로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실제로 가서 보면 수도원을 중심으로 마치 병풍처럼 산이 감싸고 있고 둥글둥글한 산 기둥들이 높게 솟아나 있어, 첫인상은 마치 산 봉우리들이 몽글거릴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수도원


사실 몬세라트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산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몬세라트 대성당의 차분하고 화려한 내부 모습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아름다웠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가우디가 까사 밀라를 건축할 당시 영감을 받았다던 곳도 있었고(실제로 가우디가 몬세라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성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 조르디(Sant Jordi)의 조각상이 있는데 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수난의 파사드"를 만든 스페인의 세계적인 조각가 수비라치의 작품이다. 이 조각상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든 산 조르디의 눈이 보는 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나는 좀 무던해서 그런지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진짜 감명 깊게 본 것은 대성당 안에 음각으로 표현된 예수님이었다. 들어가서 좌측 작은 방에 음각의 예수님이 계신데 요즘은 카메라 기술이 좋아 잘 담기지만 예전에는 카메라로는 담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예수님의 모습을 인간이 담아내지 못하게 하도록 설계했다는 식의 설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핸드폰으로 찍었을 때는 직접 보는 아우라를 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수비라치가 작업한 산 조르디 조각상


몬세라트 대성당


대성당에서의 자유시간을 즐기며 노트에 생각을 끄적거리다가 전망대로 걸어갔다. 푸니쿨라를 탈 것인가, 전망대 쪽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전망대를 선택했는데 가는 길은 덥고 힘들었지만 높은 곳에서 수도원을 보는 전망은 시원하고 의미 있었다. 아무래도 가이드 투어다 보니 자유시간이 많지 않아 박물관도 대충 보고 푸니쿨라는 타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몬세라트에 다시 오게 된다면 푸니쿨라는 꼭 타보고 싶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제는 조금 익숙한 시체스의 바다는 두 번 보아도 너무 예뻤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고 좁을 골목 사이사이 아기자기함이 귀엽게 느껴졌다. 별다른 계획 없이 시체스에서의 자유시간 동안에는 골목을 거닐며 사진 찍고 구경만 다녔는데 이마저도 너무 힐링이었고 마음이 트이는 시간이었다.


+ 이전에 못 산 마그넷을 이번 기회에 샀다. 원래 마그넷을 모으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부터는 도장 깨기 하듯이 마그넷을 모으는 것이 계획이다.

+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돌아와서 그린 펜 드로잉이 무척 마음에 든다.

집으로 돌아와서 몬세라트를 기억하며 그린 펜 드로잉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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