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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Apr 29.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6

Bon dia! 일요일 아침 공원과 보른 지구 걷기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여자분과 오늘은 공원 산책과 근처 지구를 돌기로 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분은 오늘이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사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라서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대 후반쯤부터는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일회적 만남이 부담감을 덜 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어색함을 감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이런 변화는 참 달갑다. 오늘 하루로 끝날 만남이더라도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고, 이렇게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가서, 오늘 가게 된 공원은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utadella)이다. 예전에 요새가 있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크다. 이 공원은 개선문과 거리가 가까워서 개선문에서 직진으로 걸어가다 보면 공원 입구가 바로 나온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좀 여유 있게 나왔기 때문에 근처에 유명한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크루아상을 사가지고 공원에 앉아 먹기로 했다. 이미 전에도 한번 왔던 곳이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햇빛도 밝고 일요일 아침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곳에는 학생이었던 가우디가 공동 작업한 분수가 있는데 그 부근이 굉장히 이국적이어서 사진 찍을 맛이 난다. 공원을 둘러보며 되게 좋았던 것은 분수 근처에 정자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사람들이 올라가서 춤을 추고 있는 광경이었다. 주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긴 했는데 둘씩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게 신기했고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그 속에서 함께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시우타데야 공원 호수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과 귀여운 오리들


공원에서 한적하게 쉬다 보른 지구(El Born)를 걷기로 했다. 이곳에는 피카소 박물관, Moco 미술관 등이 있는데 이 외에도 많은 맛집과 작은 갤러리들이 많아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일요일이라 닫은 상점들도 있긴 했지만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좋다. 걷다가 지치면 들어갈만한 좋은 카페도 많다. 우리는 Hidden Coffee Roasters에 갔었는데 이곳에서 마신 말차라떼가 한국에서 먹는 말차라떼처럼 약간 단맛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말차가루와 우유만 탄 맛이 나서 약간 당황한 기억이 난다. 바로 근처가 고딕 지구(El Barrio Gótic)여서 걷다 보면 연결되어 나오는데 역사를 담고 있는 고딕 지구의 골목 느낌은 또 색달라서 같이 묶어서 걸어 다녀 보면 좋을 것 같다.


보른 지구 골목에서


오늘은 그냥 생각 없이 걷고 또 걷고 쉬고 싶으면 쉬는 하루를 보냈는데 이렇게 시간이 가는 대로, 발길이 가는 대로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저녁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기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고 나온게 아쉬울 정도로.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인 Don Asador라는 곳인데 사장님도 친절하고 양도 많아서 스페인 음식이 조금 질린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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