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고객은 누구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잠자고 있는 욕구와 욕망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빨리 표출하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집단을 우리는 마니아라고 한다. 이들은 뜨거운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있고, 입소문의 가속도 또한 엄청나다. 이들을 제대로 만나면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마니아가 원하는 가치에 집중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수의 마음을 훔쳐서 다수를 공략하는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니아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는 영국 짐샤크(GYMSHARK)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보디빌딩 마니아들을 집중 공략해 10억 파운드의 회사 가치를 만든 피트니스웨어 브랜드이다.
보디빌딩 마니아들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든 생활의 중심이 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창업자인 벤 프랜시스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동경하던 인물로 대부분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냈고, 주변에도 보디 빌딩에 미친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불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운동할 때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은 디자인이 별로였고,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은 불편했다. 운동도 편하게 하면서 본인의 멋있는 근육을 뽐낼 수 있는 운동복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직접 피트니스 웨어를 만들고, Shark 로고를 붙여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짐샤크가 젊은 피트니스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소셜미디어였다. 전문 보디빌더와 피트니스 대회에 무료로 옷을 보냈고, 유명인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짐샤크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러한 피트니스 인플루언스 마케팅이 이들 마니아의 욕구와 욕망의 불을 질렀다.
뷰티 마니아들을 공략한 "글로시에(Glossier)'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글로시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화장품 브랜드 중의 하나로 밀레니얼 세대의 에스티 로더라고 불린다.
뷰티 마니아들은 "하늘 아래 같은 색깔은 없다"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 본 뒤 사람들과 공유하고, 어떤 제품이 어떤 피부에 어울리는지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글로시에의 시작은 이런 뷰티 마니아들이 주로 활동하던 블로그였다. 인투더글로(Into The Gloss)라는 이 블로그를 통해 패션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의 정보와 인터뷰가 많은 관심을 받고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뷰티 블로그는 조회수는 월 15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글로시에의 성공 요인중 핵심은 이들이 마니아에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다른 경쟁사들은 일반 대중에 집중하고 마니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마니아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보텀업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이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팔로워들에게 500여 개의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마니아로부터 받은 방대한 답변을 분석하고, 중복된 키워드를 추려내고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시제품의 완성된 후에는 이들 마니아들의 피드백의 피드백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통과의례이다. 수많은 질문과 피드백을 종합하여 신제품이 8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만 출시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인 밀키 젤리 클렌저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제품이 마니아의 의견과 피드백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글로시에 제품의 반품률이 1% 이하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마니아들은 스스로 글로시에 대변인을 자처하여 제품을 홍보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만이 마니아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것이 바로 파디(Poddy)라고 불리는 애플의 열성팬들이다. 미국에서는 아이팟에 열광하는 현상을 일컫는 '파디즘(Poddism)'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마니아의 욕구와 욕망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이러한 마니아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는 욕구와 욕망의 끝가지 깊숙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부터 제품이라는 사다리와 함께 올라오는 과정이 바로 보텀업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