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실제 변화가 없더라도, 최소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수 리더의 경험과 감에 의해 회사 경영이 이루어다면, 이제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하는 프로세스는 상식이 되었다.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는 기업이 알 수 없었던 고객의 욕구와 욕망을 알려주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욕망의 흔적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관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 흔적을 거슬러 내려가 고객의 욕구와 욕망을 살펴볼 수 있다.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 주는 무기
역시 바로 데이터인 것이다.
와이겐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아마존은 고객을 분류하는 대신, 1명의 고객을 '10분의 1명' 단위로 구분하여 각 개인의 변화하는 관심사까지 반영한다" 고 했다. 1명의 고객을 0.1명 단위로 분해하는 것, 고객의 취향 변화를 소수점 이하까지 포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데이터의 위력이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추천 시스템을 구축한 넷플릭스의 사례는 흥미롭다. 이들이 지향점은 모든 고객에게 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극한의 개인화 즉, 초 개인화 서비스이다.
이러한 초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내부 전문가가 직접 작품을 시청하며 태그를 달고 제품을 분류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각 콘텐츠마다 약 5만여 개 태그 중 적합한 태그를 부여하여 정리한다고 한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태거(Tagger)라고 하는데, 넷플릭스에는 약 50여 명 정도의 태거가 직접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보고 태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따라서 콘텐츠에 부여된 태그들을 사람 기반 데이터(people powered data)라고 부르기도 한다.
넷플릭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영상 콘텐츠 분류는 일반적으로 코미디, 액션 멜로, 공포물 등 몇 안 되는 장르가 전부였다. 넷플릭스는 태그를 활용해 장르를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절망적인 로맨스를 담은 감성적인 독립영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사탄을 다른 공포 영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1940년대 범죄 영화 등등의 세부적인 장르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콘텐츠별 초세분화와 각 고객의 개인 데이터를 통해 경우의 수를 만드니 고객들에게 엄청나게 잘게 쪼개진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고객은 자신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치도 못했던 영화를 추천받게 된다.
AI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지만, 세상은 결국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객의 구매 여정 중에서 실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휴먼터치"이다. 인간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욕망은 인간이 제일 잘 안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콘텐츠에 일일이 태그를 달면서 고객의 욕구와 욕망을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데이터 흐름 속에서 엣지 있는 욕망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고단한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