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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M
May 04. 2020
딸내미와의 대화
딸아이와 대화가 나를 자극한다. 딸내미는 이제 11살.
요즘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딸아이와의 대화를 즐긴다.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친구들하고는 어떠한지? 등등
11살 때의 나의 모습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성숙하다. 논리적인 사리판단을 하니 말이다.
Episode #1
내가 두 번째 주재원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딸내미 나름대로의 판단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딸내미의 논리는 "첫 번째 두바이 주재원 생활에서 어느 정도 성공(?) 했고, 회사가 아빠에게 낸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다시 미국에 보낸 거야"라는 것이다. "아빠에게 어떤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 회사가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정말 충격 적
이었
다. 11살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얘기 일까?
사실여부를 떠나서,
나름의 논리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엄마와 한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
나 아직 한없이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 대화 상대로서도
전혀
문제가 없
다.
Episode #2
딸아이와 아내와의 대화를 볼 때마다, 난 아직 생소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의 매일 풀어야 하는 "산수 문제집"의 채점 결과에 따라서 큰 소리가 나기도 하고, 분위기도 안 좋아진다.
그러나, 그 길고 괴로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 옆에 붙어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은 나에게는 충격적이다.
나라면 절대 저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와 산수공부를 하거나, 부모님께 혼나고 나면, 바로 꿍해져서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았다.
문을 잠그고, 한동안 대화도 거부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기간은
극심한 사춘기 반항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딸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산수문제를 많이 틀려서 혼나는 것은 혼나는 거고,
그
다음에 엄마와 재미있게 얘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야.. 엄마가 날 싫어하는 게 아니니까"
Episode #3
딸아이에게 물어봤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너
와 아빠 중에서 누가 더 보고 싶을까?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기는 하다.
보통, 부모는 손자나 손녀보다는 자식이 더 보고 싶은 법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 귀엽고(?) 애교가 많은
손녀와 더 많은 대화를 한다. 가끔씩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할 때면, 딸내미를 앞세우고 뒤로 숨는 나의
비겁함(?)
에 부끄러워진다.
다시 딸내미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아들 중 누가 더 좋을까?"
잠시 생각하던 딸내미는 "지금은 할아버지가 다리가 많이 아프시니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고, 더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아"
난 바보 같은
나의
질문을 또다시 후회했다. 대꾸도 못했다.
4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나의 소심함과 비겁함에 딸내미는 너무나도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난.
.
이제라도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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