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서 ‘개미’는 개인 투자자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과거 개미들은 주식투자에서 쓴맛을 보는 일이 많았다.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비해 자본력, 정보력, 투자지식 등에서 모두 밀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개미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개미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린다. 미국에는 '로빈후드'가 있다. 미국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중권 거래 앱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투자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난리다.
얼마 전 이런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Own Tesla, Apple, Beyond Meat? You’d better believe in them, says this top-performing fund house."
테슬라나 애플, 아마존 등은 주식 시장에서 익숙한 이름이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Beyond Meat'는 어떤 기업이기에 세계 최고 테크 업계와 어깨를 견주며, 시장에서 동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것일까?
최신 IT, 가전 기술을 소개하는 CES 전시회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체육이 주목받았다.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지키는 '식품 기술(Food Tech)'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2020년을 대표할 다섯 가지 기술 트렌드'로 '식품의 미래'를 꼽았다.
특히 임파서블 버거를 개발한 미국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가 이번에는 식물 기반 돼지고기 대체육 '임파서블 포크(Impossible Pork)'를 공개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기업의 비결은 콩에서 추출한 '헴(heme)'에 있다. 이 헴 단백질이 고기의 붉은빛을 낸다. 콩 뿌리 안의 뿌리혹에서 헴을 만드는 유전자를 뽑아낸 뒤 이를 맥주 효모에 주입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헴을 생산했다.
현재 대체육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와 동물 세포 배양을 이용한 고기로 분류된다. 동물 세포 배양 고기는 소, 돼지 등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추출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무균 실험실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맛과 향 모두 육류와 거의 동일하지만, 문제는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식물 기반 대체육은 대두 등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다. 현재 대두를 압축시켜 남은 잔유물에 고기의 조직감을 살려줄 밀 등을 넣어 반죽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맛과 향, 식감이 일반 육류와 많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100% 식물성 햄버거 개발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CKH홀딩스의 리카싱 회장,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등 세계적인 거물들로부터 총 1억 8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최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구글이 3억에 인수하려다가 실패하기도 한 바 있는 그런 스타트업이다.
식품과 IT 기술은 언뜻 보기엔 접점이 없다. 그렇다면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푸드 테크 기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해답은 늘어나는 인구와 환경오염 그리고 식량문제 등 전 지구적인 문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UN의 인구통계학자들에 의하면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약 95억에 달하며, 이들이 소비할 육류 소비량은 소 약 1천억 마리로 현재의 2배에 달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가축 규모로도 수질과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고, 앞으로 더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감안하면 더 심각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큰 위험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 변화로 식량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6.5%(출처: FAO)에 이른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과 지구적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식물성 육류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은 식물성 버거와 같은 대체 식품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미래가치에 투자함으로써 추가적인 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문정훈 교수에 정리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크게 두 종류의 흐름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한국과 중국의 콩고기를 포함한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버거 등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을 내고자 하는 쪽, 또 다른 한 흐름은 식물성 단백질, 그 자체를 고기 대신에 먹기 편하게 가공해 놓은 쪽이다.
후자는 맛과 향에 있어서 굳이 고기 맛을 흉내 내지 않고 원재료 식물 그 자체의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되, 식감과 모양 등을 고기를 대체하여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한 형태이다. 전자는 실제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새로운 형태의 선택지이지만, 후자는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 저열량식 및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전자 제품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후자 쪽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시장 쪽에서 선전하고 있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하면, 두 가지 제품은 타깃 고객과 매장 내 진열 방법에 차이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 유행하는 비욘드 미트와 같은 제품은 고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육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즉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유럽에서 유행하는 제품은 채식을 좋아하고 특유의 육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타깃이다. 따라서 제품 진열도, 비욘드 미트는 되도록 고기 코너에, 후자는 채소 코너에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 코너 자체가 대체육으로 진열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미국 코스트코에서는 비욘드 미트가 냉동식품 들과 같이 진열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앞으로 대체육 제품의 가격과 확대되는 속도에 따라서 많은 부분이 변화해 갈 것으로 생각된다.
2019년 5월 2일 미국 비욘드 미트(Beyond Meet)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첫날 공모가 $25 대비 2.5배 이상 급등한 $65.75에 마감하며 성공적인 상장 이후, 2019년 7월에 $234.0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현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13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테크 푸드 업체가 계속해서 등장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 미트는 크게 레스토랑 부문(Foodservice)과 리테일 부문(Retail)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욘드 미트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레스토랑 부문이 셧 다운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전체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레스토랑 부문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레스토랑용 상품과 재고를 리테일 쪽으로 재빨리 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매출 비중을 기존의 50:50에서 88(리테일) : 12(레스토랑)로 조정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슈퍼마켓에서 비욘드 미트 상품을 진열할 수 있게 되었고, 일반 소비자에게도 더 많이 눈에 띄게 되었다. 비욘드 미트의 미국 가정(household) 침투율은 지난 '20년 1월 3.5%에서 이번 6월 4.9%로 증가하며 5개월 만에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같이 비욘드 미트 제품을 소비하는 가정이 증가함과 동시에 가정 당 비욘드 미트 제품을 위해 지출하는 평균 구매단가도 높아지면서 미국 소매 매출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비욘드 미트의 대체육 제품은 싸지 않다. 미국 홀푸드에서 비욘드 버거는 약 $12에 팔리는 반면, 일반 야채 버거 패티는 파운드당 $6.40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소고기는 $5에 판매된다. 비욘드 소시지는 파운드당 $ 10.30에 판매되며 이는 비슷한 돼지고기 소시지보다 약 70 % 더 높은 가격이다. 닭 가슴살은 파운드당 7 달러, 닭다리는 파운드당 4 달러에 판매된다. 비욘드 미트의 경쟁업체인 임파서블 푸드도 레스토랑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받는다. 일반 버거는 $10.99인데 반해, 임파서블 버거는 $13.00 수준이다. 비욘드 미트는 앞으로 5년 내 동물성 단백질(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중 최소한 하나보다 더 싼 대체육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한 Value Pack은 소고기 패티보다 20% 비싼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는 닭고기보다 비싸다. 소고기가 가격이 비싼 이유는 생산 비용과 관련이 있다. 소는 시장에 나오기까지 닭보다 훨씬 더 많은 사료를 먹는다. 일반적으로 소는 약 7 파운드의 사료를 먹고 1 파운드의 고기를 생산하는 반면, 돼지는 4 파운드, 닭은 2 파운드를 먹는다고 한다. 앞으로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가정하에 이러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것은 결국 대체육 시장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현기준 가장 저렴하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육류인 닭고기 시장까지 대체육이 진입할 수 있을까?
물론 개인 취향이 있을 수는 있다. 나는 대체육 제품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 먹을 만하다기보다 맛있다. 고기 특유의 육향이 조금 부담스럽다거나, 치아가 좋지 못한 분들에게도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육즙이 적어서 텁텁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 이럴 경우, 야채와 케첩을 곁들이면 더 좋다. 내 주변에서도 가짜 고기를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육류가 아니다. 100% 맛이 똑같을 수는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투자 규모에 따라서 조만간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그런 대체육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IT기술이 이제는 우리의 먹거리까지 관여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고기 맛과 거의 비슷한 식물성 단백질 고기가 나올 것이다. 푸드테크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의식주'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인구와 유한한 자원이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는 73억 명 정도이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95억, 2100년이면 112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존 농업 시스템으로 지탱할 수 있는 인구수를 100억 정도로 추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 육가공 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공급에 많이 차질이 있었다. 반면,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 수요는 늘어나게 되면서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고,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로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인구증가와 식량부족, 환경문제로 인해 전통적인 육류시장은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사용했던 자리를 소독하고, 쇼핑하고 오면 쇼핑백과 비닐을 소독하면서 건강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 상황에서, 기존 육류 제품은 진정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일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식물성 단백질의 장점인 친환경, 월빙, 건강 등의 가치가 대체육 시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뛰어들 것이다.
2018년 하반기에 중국 양돈업계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타격을 입은 이후 2019년 5월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대체육류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러한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실제 미국에선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매장, 식료품 매장에서 손님 1인 당 고기 구매량을 제한했을 정도였다.
아래 내용을 보면, 2020년 이후 닭고기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의 소비는 꾸준하거나 약간 증가하는 반면, 먹는 고기의 종류는 변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 대체육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