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경험의 시대 [04]
진짜만 살아남는 시기
바야흐로 "진짜만 살아남는 시기"가 왔다.
코로나 이전 소위 IT 스타트업 전성기땐 대표 이력과 MVP 수준의 프로덕트만 보고 몇십 몇백억 단위에 과감한 VC투자가 이뤄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아무리 MAU를 높여 어필해도 투자금을 따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워졌다. 그야말로 IT 빙하기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전방위적인 AI의 발전이 IT생태계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어미 독수리가 갓 태어난 독수리들을 벼랑에 던져 스스로의 날개짓으로 생존하는 새끼들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하는 형국이라 말할 수 있겠다.
소위 이 시기 살아남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은 IPO라는 성배를 마시며, 지난 10여 년간의 치열한 전투에 보상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서 살아남았다 함은 긴 만성 적자를 탈출하고, 영업이익 흑자를 전환하여 시장에 주도권 즉, 시장 선점을 한 기업들을 말한다. *2025년 6월 기준 쿠팡, 토스, 배달의 민족, 야놀자, 당근마켓, 두나무 등
그러나 시장경쟁에서 영원한 승자, 패자가 없듯 이 잠깐의 승기는 다음 10년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본인들이 그러하였듯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경쟁에선 스타트업과 대기업등의 기업 덩치와 체급을 구분해서 싸우지 않는다. 적자생존의 기업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 기업들의 서비스 확장은 독일까 약일까? 우선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전에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결국은 목숨지표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기업들의 생존 전략 지표는 더 단순하게 귀결된다. 바로 "영업이익과 리텐션"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여 서비스에 실질 현금을 지불하는가 이다. 단지 MAU가 높다고 회원수가 많다고 능사가 아니란 것을 지난 10년간 뼈저리게 느꼈기에 핵심지표는 피부로 즉각적으로 와닿는 목숨지표인 리텐션과 영업이익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 회생절차를 밟은 티몬의 경우 MAU 500만, 회원수 3,000만 명에 달한다)
그럼, 이 두 가지 지표를 집중 사격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가?
첫째, MAU만 높았던 기업들은 수익화 장치를 곳곳에심어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당근마켓을 예로 들 수 있다.
동네기반 중고거래로 단기에 사용자를 빠르게 모았던 당근마켓의 고민은 영업이익이었다. MAU도 좋고, 심지어 리텐션도 우수했던 당근마켓의 크나큰 페인포인트는 고객이 서비스 자체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었다. 거래는 많이 발생하나 거래자체에 비용을 부과하지 않다 보니, 공매출 비율이 굉장히 높게 잡히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당근은 '동네기반'이라는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최근 포장주문, 부동산, 알바, 중고차 등의 서비스 등을추가로 오픈하여 해당 서비스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건전한 방식의 서비스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리텐션이 중요한 기업들은 고객락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토스가 있다.
토스는 지난 금융시장에서 고객의 금융 접근성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각종 금융 혁신을 이뤄낸 기업이다. 고객의 호응도가 높은 서비스이다 보니 MAU는 현재 6월 기준 2,100만이라는 명실상부 국민앱이라고 칭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도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토스에게도 큰 고민이 있었는데, 이는 금융앱 자체 리텐션이다. 우리가 금융앱을 하루에 몇 번이나 들어가 사용을 할까? 통장 계좌 확인, 이체 기능만으론 리텐션 확보를 넘어 고객락인 강화가 어렵다는 것을 토스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토스는 토스의 핵심본질인 '금융 거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바로 토스 주식, 토스 쇼핑이다. 처음 해당 서비스들이 토스앱에 론칭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이젠 토스도 문어발식으로 다하는구나. 초심을 잃었네" 등의 평이 이어졌으나,
사실 증권과 쇼핑으로 확장한 건 오히려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초심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토스증권 거래는 현재 25년 1분기 기준 거래 순익 800억을 넘겼으며, 거래량 또한 전년 대비 200% 초과 달성을 하였다. 가장 최근 오픈한 토스 쇼핑 역시 토스 프라임 월 정기 멤버십과 연동하여, 월 600만 명의 사용자의 안정적인 월 정기 매출 라인을 가져가고 있다.
앞선 두 기업의 서비스 확장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서비스 본질, 핵심가치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심가치를 강화하는 서비스 확장이 핵심 이었으며 이런확장은 오히려 그들에게 강장제가 된 것이다.
현재 나 역시 혹한의 시기에 위 사례 기업들과 비슷한 기로에서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 기업 내 여러 부처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요구사항을 받고, 서비스를 설계하면서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핵심가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상황에 방향타를 잡아 주는 나만의 체크리스트 몇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핵심가치 기반 서비스 설계 체크리스트
1. 서비스를 견인하는 메인 서비스가 무엇인가?(MAU, 매출 지표 등 고려)
2. 신규 서비스를 오픈하는 시기가 지금이 맞는가? (메인을 더 강화하는게 먼저 아닌가?)
3. 고객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가 무엇인가?
(회사 주력 서비스와 실제 고객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
4. 새롭게 설계하려는 서비스가 메인서비스와 상충되는가 강화되는가?
5. 서브 서비스들이 메인 서비스와 선순환 구조(플라이 휠)를 가지고 있는가?
6. 새롭게 설계하려는 서비스는 메인서비스에서 고객 전이가 얼마나 쉬운가? (고객전이가 어려울수록 그만큼의 고객/기업 비용이 산정된다)
7. 기업 내부 정치와 알력의 의해 서비스가 파생되고 있지는 않은가?
8. 현재 워킹하고 있는 *좀비 서비스가 있는가?
*좀비서비스 : 메인서비스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심지어 고객경험에 악영향을 끼치는 서브 서비스
9. 현재 방치된 서브 서비스가 있는가?
(있다면 지표를 보고 서비스를 아웃시킬지 지속 할지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크게 이 9가지 체크리스트를 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나의 서비스가 핵심기반에 의해 돌아가는지 거시적으로 체크해볼 수 있다.
사실 요즘 같은 혹한의 시기에 서비스 확장이 독인지 약인지는 각자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터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쓰는 인적 자원, 시간, 돈은한정적이며 이런 한정적인 리소스 안에서 생존지표를 강화하기 위해선 앞선 핵심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맹목적 서비스 확장과 설계는 나와 기업의 목숨 줄을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메이커들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