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엘리아의 일기

See you again

by Elia

여행의 기록은 사진보다 머릿속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마음에 담는다.

그곳에서 보거나, 듣거나, 먹거나, 그들과 말하며 만지며 느끼는 모든 감각은 기억의 앨범 속에서 존재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히로의 차로 캐네디언 로키(Canadian Rockies)로 여행을 떠났다.


" 록키면 록키지 왜 굳이 캐네디언을 붙여?"

" 그건 미국 국경이 달라서야. 내 부모님이 나를 만든 곳, 바로 여기이고."

히로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보였다.


앨버타주의 캘거리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밴쿠버는 캐나다 로키 산맥으로 가는 관문이다. 두 지방을 가로지르고 있어, 캘거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운전하면 45분 만에 깊은 로키 산맥에 도착할 수 있다.

한국의 산과 달리 웅장한 바위 산 같다.

여름 지나 가을로 들어가는 날씨인데 녹지 않은 쌓인 눈이 보인다.


차를 운전하면서 히로가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켰다.


Slowly

안내 표지판에 따라 차의 속도가 늦춰진다.

커브를 서서히 돌자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록키 산이 내 앞에 기다리고 서 있었다.

두 팔을 활짝 편 채로 나는 안겼다.

거대한 산의 품에 안기는 순간 노래가 흘러나왔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초록 나무와 빨간 장미를 보았네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나와 너를 위해 피어나는 모습이여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았네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밝고 은혜로운 낮과 어둡고 거룩한 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난 다시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The colo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하늘 위의 아름다운 무지개가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피었네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친구끼리 악수하며 '잘 지냄?' 묻는 걸 봤네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하지만 진실은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지

I hear babies cry, and I watched them grow
아기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고 커가는 것을 보았네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그들은 내 평생의 앎보다 더 많은 걸 배울 테지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래,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What a wonderful world"

걸걸하고 낮은 보이스의 루이 암스트롱 아름다운 악기들이 어울려 노래 부른다.


내가 처음 보는 세상, 처음 느낀 사랑 그 모든 것들은 놀랍고도 아름답고도 때로는 아프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행위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몇 번을 반복할지 모른다.

더 많은 자연을 만나고 싶고 사람을 배우고 싶었다.

나보다 먼저 전문적 지식을 습득한 분들로부터 배우고 싶었던 욕심은 때로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기고 싶지만 안길 수 없는 그 산이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마음이 벅찼다.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산처럼.


Banff Avenue


차가 시내를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밴프 에비뉴를 지나 숙소가 밀집된 산 아래 주택지로 갈수록 지구상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주택들은 다 모인 듯했다.

비슷한 주택이 한 채도 없었다.

호텔 건물조차도.

다양한 문화가 모인 캐나다를 '모자이크 같은 나라(la mosaïque culturelle)'라는 의미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각 나라의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자기만이 갖는 칼라로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되는 곳이.

시간이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이 산 중에 살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까지 걸어갔다.

히로가 장시간 운전에 피곤했음에도 얼굴은 오랜만에 밝고 빛이나 보였다.


" 히로, 그렇게 좋아?"


이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너무 신나 하는 그가 조금은 얄미웠다.


" 응. 너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걷는 게. 앗! 저기 저 퍼브가 아직도 있네!"

2층에 위치한 퍼브의 간판을 가리켰다.

히로는 대학 입학했을 때 친구들과 오고 몇 년 만에 온다며 신나 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라 가게 안은 붐비지 않았지만 빨리 앉아 뭐든 마시고 싶었다.

그때 처음 캐네디언 맥주를 맛보았다. 그 맛은 대동제 때 장터를 마치고 선배들이 건네준 보리차 같은 시원함, 맛은 콧구멍이 뚫리는듯한 청량감이었다.

한병, 두병.... 졸리기 시작했다.


Canadian Blue Labatt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 메이드 숍이 보였다.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렸다는 표정으로 히로는 매장으로 나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치링〜

도어 차임이 울리자 안에서 주인 돼 보이는 중년 자분이 나왔다.

히로가 같이 이야기를 하더니 그녀가 나를 불렀다.


" 그래 , 어디 손 좀 보여줘 봐요.'


내게 손짓하며 도구 상자 같은 것을 준비했다.

커다란 목제 케이스 안에서 오래된 도구들. 어림 봐도 주인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오케이. 이건 의미가 있는 반지예요.

아이리쉬 켈틱 반지(Irish Celtic rings)에요.

왕관은 로열티, 즉, 충성을 의미해요.

하트는 사랑을,

이 두 손은 우정이자 연인이지요.

내 조상인 아이리쉬의 명예의 상징이기도 해요."


Silver celtic ring 장식 하나하나 의미를 담고 있다


히로는 이게 좋네요. 하며 실버 칼라를 골랐다. 나와 같은 디자인의 커플링이었다.

예쁘기도 했지만 의미가 하나하나 있음에 감동했다.

두 개의 반지를 내놓으며 끼워보니 손가락에 딱 맞았다.


" 두 분이 허니문 중인가요?"

하자 히로는,

" 아, 언젠가는? 지금은 약혼 중이에요."


순간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가게를 나오며 히로가 내게 말했다.



"반지는 내 선물이야.
엘리야,
내 약혼녀(fiancée)가 돼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