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엘리아의 일기
일본에 어서 오세요(日本へようこそ)
영문 번역일을 조금씩 하는 동안 일어의 기본을 배워갔다.
인사말도 표현도 공손한 표현이 있음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영어로 대걔 "Please 〜" 혹은 "May I..." 등으로 슬쩍 넘어가는 표현이 아니라는 단어 하나에도 상대를 위해 높여 말한다니... 어디까지?
히로에게서 온 우편물은 두꺼운 소포 봉투 안에 여러 서류 봉투가 들어 있었다.
'외국 학생을 위한 일본어 과정', ' 일본어 어학 코스', ' 일본어 유학' 등등 각 대학의 일본어 어학 과정과 전문학교 안내서였다.
히로에게 메일을 했다.
우편물 잘 받았어.
내가 또 유학을? 글쎄...
그냥 캐나다에 계속 있었겠지.
직장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인지 금방 연락은 어려운 듯했다.
안내서들을 훑어보았다.
대략 몇 년을 요하는 과정부터 단기코스뿐 만 아니라 수료 후 진로 과정까지 종류와 선택이 다양했다.
엘리야, 당장 결정하는 게 아니고,
우선은 우리 집에 놀러 와.
방은 준비해 놓았어.
부모님께는 이미 허락받았고 너의 부모님께 일본에 당분간 여행하겠다고 말씀드리면 어떨까?
허락해 주시리라 믿어.
저녁이 되어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다.
히로의 존재에 대해 이미 말했지만 다시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졌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안내서를 훑어보시고, 엄마는 입을 다물지 못한 상태로 " 아...."로 일관했다.
과거 엄마는 대학 재학시 일본에 단기 유학한 경험이 있었다.
일본인이 외국인, 특히 한국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어떠한가를 아는 선배였다.
" 아.... 그쪽 부모님들은 뭐래니. 아니 히로 엄마가 한국인 여자를 어떻게 생각할지....
아빠는,
" 우리 애가 어때서? 뭐가 부족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 일본 사람들이 보는 한국인은 다르거든. 뭘 해도 일본이 일본국민이 최고라 생각하니까.
내 친구 봉자...너도 기억할 껄? 나타샤(Natasha) 엄마. 남편이 일본인 MIT 공학 박사잖아.. 걔가 미국 가기 전에 일본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니었어. 그 시집살이가 엄청났다고.
전에 한국 잠깐 와서 하는 말이 수행이라 생각했다고하더라...한국 시집살이는 저리 가라래."
라며 우리들의 기억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아빠는 집안 나름이고 사람 나름이라며 안방으로 휭하니 들어가 버렸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부모로서 자식이 어떤 결정을 해도,
그것은 네 인생이잖니.
다만 네가 후회하는 일이 없기만 기도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이 반드시 있으니
조급해 말고 두려워 말고......
그 해 11월 일본이란 나라에 처음으로 갔다.
칸사이국제공항(関西国際空港)에 발을 밟았다.
벽에는 커다란 현수막에 어여쁜 기모노를 입은 여자의 사진과 함께
"ようこそ、日本へ"(요우코소 니혼에 )
"일본에 어서 오세요. Well come to Japan"
라는 글이 보였다. 역시 쿄오토가 눈에 띄였다.
말로만 듣던 기모노가 얼핏 한복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눈에 보이는 글자 하나하나 신기하기만 했다.
캐나다에 처음 갔을 때와 다른 느낌이였다.
첫 입국 검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게이트를 나섰다.
지은지 얼마 안된 공항이기도 하지만 일본이란 나라가 너무나도 깨끗하게 보였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를 보며 걸어오고 있다.
하얀 셔츠 차림에 히로가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11월이지만 따뜻한 일본이라 쟈켓은 팔에 건채,
약간은 눈주위가 촉촉해 보였다.
엘리아!
보고 싶었어.
히로는 웃으면서 나를 안아 주었다.
마치 몇년동안 헤어진 사람처럼.
도서관에서 늘 미소로 반겨줬던 그 때의 모습과 변함없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