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보다는 몸에 새기기
전동 물레는 초보자가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평상시 2Kg의 흙이 오늘은 2.2Kg 주어졌다.
겨우 200g 더해졌는데 반죽부터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흙을 컨트롤하려고 해도 물레의 원심력(遠心力)에 내 손이 물레 밖으로 거부당한다.
전동 물레에 놓인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흙은 마치 힘센 씨름 선수 같다.
내가 흙을 통제하려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흙이 내 손을 중심 잡게 만드는 것이었다.
두 손은 점토가 중심을 찾는데 도와주는 지지대라 여겨야 한다.
보통 초보자들이 처음에 주로 할 수 있는 도예 기법은 '판성형'과 '코일링'이다.
'판성형 기법'은 흙을 판 형태로 만들어 붙여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방법으로,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 형태로 밀어 시작해 만들 수 있다. 국수 밀대 기본과 비슷하다.
'코일링 기법'은 흙을 가래떡처럼 길게 늘여 층층이 쌓아 올리며 형태를 만들어 자유로운 제작이 가능하다.
두 기법 모두 성형시간이 단축되 결과물이 단시간에 나오기 때문에 도예초보에게는 만족감을 주는 방법이라 생각이 든다.
앞 테이블에 앉은 수강생분이 판성형법으로 금세 커다란 단지를 하나 완성시켰다.
후다닥 붙여 만들고 전 시간에 초벌구이한 작품의 유약 작업으로 들어갔다.
" 벌써? 빠르다.. 엄청나네요."
강사님이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
다른 수강생들도 신경이 쓰이는 눈치이다.
" 흙이 말을 잘 안 듣네요.."
결국 힘에 부쳐 강사님을 불렀다.
다른 작업을 하시다가 달려와 이럴 때는 이런 방법을 해보는 것도 있다며 피드를 제시해 주신다.
" 서두르면 물레 위의 흙이 중간에 끊어져 버려요. 양손바닥으로 흙을 끌어올리면서..
끝까지 같은 회전 속도로 마무리해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어요. 서두르거나 힘의 분배가 균일해야 흙이 물레에서 따로 놀지 않아요.
난, 솔직히 판매를 목적으로 도예를 할 때는 정말 재미없어요. 미리 정해 놓은 사이즈에 맞춰 계속 똑같은 그릇을 주문에 따라 제작하는 생계 수단이 돼버리니까.
하지만 지금 본인이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보람 있어요! 자신이 만져준 흙이 애착이 가 여러 가지 예쁜 모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나중에 무슨 유약 입혀 어떤 용도에 맞춰 사용할지 상상하며 만드는 때가 제일 좋은 거예요."
점토가 강사님 손에 제대로 모양이 잡혀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손의 위치를 확인했다.
봄방학이 시작되고 도예체험 교실로 공방은 학생들로 부산했다.
큰 소리로 떠들고 웃고 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이는 모두의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가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이다.
대부분 이런 만족스러운 결과는 매번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을 공방에 가면서 알게 되었다.
도예는 기술과 지식이 동시에 필요하다.
토양이나 유약에 관한 지식, 점토 반죽이나 물레 기술 등 도예에 관련된 종합적인 능력을 익힌 후에야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배우기보다 익숙해져라
(習うより慣れろ:나라우 요리 나레로).
일본의 해군 연합함대 사령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가 백번 배우기 보다 몸으로 외우라고 한다. 예전에 유행한 드라마에서 슬쩍 스쳐간 대사였다.
이론은 실제 스스로 경험해 본 결과여야 한다.
물레에 앉아 중심 잡기 전에 자신의 중심 잡는 법을 알려주는 기술.
이것이 도예의 매력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