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소통 갈등을 만나고 해결하며 살아가죠. 쉽게 해결되는 가벼운 건도 있지만 깊은 갈등을 유발하는 복잡한 갈등도 있어요. 누구나 유독 잦은 갈등이 생기는 특정인이 있게 마련인데요, 이럴 때 어떻게 하나요? 속상해서 친구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거나, 술을 마시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너덜거리는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하죠.
가끔 대화 기술의 문제인가 생각해서 관련 책을 읽기도 해요. 공감하며 답답한 마음이 노곤노곤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맞아 그 사람은 이렇게 다뤄야겠어’, ‘맞아, 내 마음이 이랬단 말이야’.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위로와 공감이 밀려와요. ‘나만 이런 일 겪는 게 아니구나.’ 안도하는 마음이 스으윽 들죠. 왜 내가 화가 났었는지 세세한 내 감정 읽기도 경험해요. 답답하기만 했는데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임시처방을 받아요. 앞으로는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죠. 그러나 여기까지, 여기서 끝이에요.
대부분 또 반복돼요. 그대로. 그 사람과의 충돌은 계속 이어져요. 답답한 마음은 절대 끝나지 않죠. 지난번 읽었던 ‘대화법’ 서적의 지혜들은 도대체 어디 간 건지 떠오르지도 않고, 적용할 타이밍도 못 찾아요. 지금 이야기 설전하느라 바쁘죠. 감정이 상해요. 또 친구를 찾거나, 술 마시며 씹거나, 다른 책을 찾거나... 도돌이표. 왜일까요.
원인을 제거해야 해요. 저 사람의 내면의 심리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 먼저예요. 날파리가 부엌에서 보이면 어떤 행동을 하나요? 날파리를 보이는 데로 잡아서 없애면 될까요? 날파리를 죽이기 전에 그 원인을 찾는데 집중해야 해요. 사람과 갈등도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어요. ‘대화법’에 나온 치트키들은 날파리와 같아요. 보이는 대로 잡아 죽여도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계속 발생해요.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사이즈도 커지죠. 원인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바나나껍질일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 통의 방치가 원인일 수 있죠.
소통문제도 원인 해결 없이는 해결할 수는 없어요. 아주 사소한 이견도 쉽게 부정적 감정으로 커지죠. 폭발하기 다반사고요. 흔히 예민하다고 말해요. 가정이나 직장과 같은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는 더 신속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대화법을 아무리 읽고 연습한다 한들 내 현실에 적용이 안 돼요. 그건 작가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그 사람의 개인기에 불과해요.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은 것도 현실이죠. 날파리야 눈에 보이는 개체지만 사람의 감정은 느낌이잖아요. 형체가 없죠. 그러면 인간의 형체 없는 느낌이나 감정의 원인을 형체로 확인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건 바로 호르몬에 대한 이해로 해결할 수 있어요.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의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말해요. 남녀는 다르다고요. 여성과 남성의 뇌를 지배하는 호르몬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언어가 달라야 한다고요. 여성은 복합적 사고, 균형, 평화, 돌봄, 관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활발하고, 남성은 1차원적 사고, 논리, 지배, 모험, 싸움, 승리를 부르는 테스토스테론이 범람한다고 해요. 말로 뱉어지는 언어는 이런 호르몬의 영향으로 어휘가 선별되는 거죠. 평화를 갈구하는 여성에게 싸움의 언어는 상처일 것이고, 승리를 원하는 남성에게 평화는 가당치 않은 딜인 거죠.
부부싸움에서 남녀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1차원적으로 사고하는 남성은 이번 다툼의 주제에 국한해서 생각하죠. 하지만 복합적 사고를 하는 여성은 이번일과 더불어 과거의 일까지 꺼내서 연결시켜요. 모든 남편들의 불만, “왜 지난 일까지 들먹여!” 모든 부인들의 불만,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남녀는 달라요. 갈등을 겪는 상대가 이성이냐 동성이냐 구분을 하고 접근하면 조금은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 원인 파악도 가능하죠. 여성과의 갈등에는 포괄적 시각 속에서 평화와 균형의 시그널로 대화하세요. 남성과의 갈등에는 사건을 단순화시켜서 권위나 영역보존의 관점을 존중하고 대화하세요. 전략적 대화죠. 내가 의견이나 관점은 나의 뇌가 분비하는 지배적인 호르몬의 지시에 기반해요. 내 생각은 호르몬 영향의 결괏값이라는 거죠. 그러니 이성과의 대화에서는 특히나 내 생각이 이성과 도킹되기는 쉽지 않음을 꼭 이해하고 접근하기 바라요.
남녀 호르몬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인간은 모든 호르몬을 분비하면서 살아요. 하지만 분비량이 다른 거죠. 갱년기를 기점으로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요. 그래서 갑자기 아빠가 드라마 보며 눈물을 흘리고 엄마는 전투력이 상승하나 봐요. 결국 남녀 다툼은 평생을 평행선으로 자연스러운 도킹은 틀린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