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
“땅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건다.” -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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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과정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건 사이트 분석이다. 대지의 생김새, 대지의 높낮이, 이를 둘러싼 수많은 자연과 건물, 심지어 대지가 가진 역사까지, 크고 작으며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 하나하나 분석하여 땅이 주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겹겹이 쌓여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땅에는 설계의 실마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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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탐험하면서 종종 건축가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곳이 더러 있다. 건물의 주 출입구 위치, 창의 방향, 건물이 잘게 쪼개져서 배치된 방식과 그 이유, 심지어 파사드의 형태와 거기에 사용된 재료까지, 쉽게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건축가의 의도를 읽어내기 어려운 공간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질문에 대한 답은 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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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은 개장 전부터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곳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압도하는 ‘튜브형 복도’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예상대로 개장 이후 많은 이들이 주목한 부분은 튜브형 복도였고, 나 역시 그곳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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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방향을 제시한다. 공간에서 선처럼 인식되는 튜브형 복도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동선의 흐름을 유도한다. 처음엔 복도가 가리키는 방향이 어색하여 그곳을 한참 동안 서성였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입구는 타당했지만, 그 반대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보통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금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이 양 끝에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설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좀 더 거시적으로 사이트를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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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아트센터가 자리한 이 땅은 마곡지구로, 이곳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서울 식물원’이 있다. 식물원 북쪽으로는 한강이 있으며 한강으로 흐르는 강물은 식물원을 지나 이곳까지 도달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주변은 녹지 공간을 형성하며, 남쪽으로는 올곧은 공원과 문화 공간 ‘스페이스 K’가 있어, 식물원과 스페이스 K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이 형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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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은 녹지 축과 한강으로 흐르는 나선형 축이 만나는 지점에 ‘LG아트센터’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된 순간, 궁금증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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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사이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기도 한, 녹지 축을 두텁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기업이 진행한 사업이지만, 공공성의 비중이 더 큰 건물인 만큼, 많은 사람의 동선을 건물 내부로 유도하는 동시에, 도시에서 중요한 선을 강조해야 했다. 그래서 건물에 선을 그어 방향을 제시했고, 덕분에 그 선은 건물에 독특한 개성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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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땅은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건축가는 일찍이 땅의 메시지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땅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공간은 우리가 땅이 주는 메시지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하였고,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축을 따라 이곳을 거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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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안도 다다오 ( @tadao.ando ) + 간삼건축 ( @gansam.offici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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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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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136
매일 10:00 -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