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서가 울산대공원점
“갈증 해소“ - 지관서가 울산대공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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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부모님이 내게 했던 말이 있다.
‘효근아, 책 좀 읽어라.’
TV, 컴퓨터와 친했던 나는 책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과 멀어져 전자기기와 친해졌던 거 같다. 내 방에는 수많은 동화책과 위인전이 가득했지만, 그것들은 그저 파란 벽지와 함께 꾸며진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했다. 책의 주제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을뿐더러,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가 딱딱한 책걸상에 앉은 나를 방해했다. 부모님은 그렇게 잔소리했지만, 정작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학교 선생님, 교장 선생님까지도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정작 학교 도서관은 부수적인 시설로 여겨져 언제나 좁고 구석진 곳에 있었다. 보유권 수도 적고 오래된 책만 많았기에 책에 대한 흥미는 생겨나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잔소리만 하고 그런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았던 게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공간 답사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방문하게 된 공간은 공공도서관이었다. 독서 공간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괜찮은 독서 공간을 찾아 소개하면 방문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공간 인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내 덕분은 아니겠지만, 바램은 현실이 되어 현재는 꽤 괜찮은 공간이 많이 생겨났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경험했고, 경험하려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런 공간을 답사하기 위해 일정을 잡으며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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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지관서가’가 그런 공간 중 한 곳이다. 지관서가는 울산에서 시작되어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는 도서관으로 울산시와 기업이 합작해서 만든 공간이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무료로 운영되고, 도서관 카페를 통해 지역 상생을 도모한다.
지관서가 울산대공원점은 울산대공원 정문에서 남문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숲속 오두막집 같은 목조 건물은 2006년에 지어져 숲속 공작실, 연회장으로 사용되다가 2019년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천장을 덜어내면서 드러난 높고 경사진 목조지붕은 장엄하고 아늑한 건물 본연의 풍채를 뽐낸다. 창의력은 층고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 않은가? 학생들이 와서 독서뿐만 아니라 공부하기에도 최적이다. 사방이 숲이니 내부는 자연으로 가득 차고 방해하는 요소가 없으니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 갈망했던 독서 공간이 실제로 실현된 느낌이다.
큐레이션을 통해 책을 추천하다 보니 이곳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보유권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워낙에 책을 구하는 방법이 쉽고 다양해서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오히려 지점마다 다른 테마로 추천하는 책들을 접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지관서가 울산대공원의 테마는 관계다. 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과 함께 느긋하게 거닐며 산책하는 공원에서는 남과 보폭을 맞추며 상호작용한다.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서 나를 더 깊게, 타자를 더 넓게, 세상을 더 또렷이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관서가는 책을 통해 장소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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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조금씩 생겨난 공간에 대한 갈증이 지관서가를 통해 해소됨을 느꼈다. 2025년까지 점포 수를 더 많이 늘릴 예정이고, 전국으로 범위를 확장한다고 하니,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이런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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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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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대공원로 94 지관서가 울산대공원점
매일 10:0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