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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의 랜드마크”

한양도성과 한양도성유적전시관

by hyogeun

“과거, 현재, 미래의 랜드마크” - 한양도성과 한양도성유적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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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는 본인의 위치를 식별하게 해주는 장치로, 더 나아가 도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작동한다. 파리의 에펠탑과 런던의 빅벤은 지어질 당시의 시대를 기념하고 반영했으며, 동시에 높이 솟아 도시 내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다. 거기에 오랜 역사가 있어 도시를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오늘날 랜드마크는 그 의미가 변질되어 높이 경쟁에만 치중한다. 더 높게 지어 올려 도시,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려 하는 랜드마크는 굳이 그곳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건물이 되어버렸다.


남산타워와 롯데월드타워는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현 좌표를 찍는 데 의의가 있지만, 그 형태는 굳이 우리나라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특히 롯데월드타워는 주변 맥락을 무시한 채 높이에만 집중하여 도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곳곳을 음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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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과 빅벤보다 더 이전의 랜드마크는 경관을 넘어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굳이 높지 않더라고 넓게 형성된 광장이나 교회, 시장과 같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거나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그저 높이만 높여 전망대로 사용한다. 더 많은 관광객을 받으려하기 때문에, 이제는 원주민에게 ‘랜드마크 = 장식품’이라는 공식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비약적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도시의 건물은 점점 더 높아지고 그 수도 많아질 것이다. 그런 미래에도 과연 전망대 역할밖에 못 하는 건물이 도시에서 필요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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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서울은 이미 다른 도시가 따라 할 수 없는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더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 이를 잘 알고 현명하게 보존하고 가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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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남산, 낙산, 인왕산이 내사산의 능선을 따라 축조된 성곽이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후, 태조 5년에 지어지기 시작하여 순조 때까지 증축 보수를 거쳐 완성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성곽이 훼손되고 성곽 사이사이에 두었던 4대문과 4소문 일부가 소실되면서 성곽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방치되어버렸다. 하지만 2013년 한양도성 발굴을 통해 600여 년간 한양의 울타리 역할을 하였던 도성의 70%가 복원되거나 중건되었다. 거기에 인왕산 백악산 구간이 일반 시민에게 개방됨에 따라 한양도성 순성 길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


도성이 전망대가 되어 서울 경관을 막힘없이 보여주고, 도시에 부족했던 녹지공간까지 제공하며 도성과 연결되어있던 4대문과 4소문을 통해 자신의 위치도 인지할 수 있으니, 한양도성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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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육관에서 안중근의사 기념관까지 이어지는 남산의 성곽 일부는 조선 신사터가 자리하게 되면서 일부가 크게 훼손되었다. 가위로 잘려진 것처럼 터의 크기에 맞게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다행히 발굴조사를 통해 완전히 소실 되었을 거로 생각했던 성곽 일부가 발견되었고 현재는 구조물을 설치하여 유적전시관으로 사용 중이다.


태조에서 순조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증축 보수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는 조선왕조 시기별 성돌 변화와 발전한 축성 기술, 성벽을 쌓을 때 사용한 구조물과 나무 기둥을 박았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 주변에는 분수대,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방공호와 조선 신궁 배전 터가 남아있다. 이곳이 박물관이요 타임머신인 셈이다.


유적을 덮는 지붕은 도성을 따라 꺾이며 그 색은 백색으로 마감되어 한눈에 띈다. 비만 막아줄 뿐, 별다른 기능이 없어 보이는 지붕이지만, 외부공간과 구분 지어 산책로에 전시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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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서울은 더 발전할 거고 더 높은 건물로 가득 찰 거다. 그럴수록 빛이 나는 건 자연지세에 순응하며 구축된 성곽과 이를 따라 거닐 수 있는 산책로일 거다. 더 잘 보존되어 초고층빌딩을 뛰어넘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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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협동원건축사사무소( @hyupdongone ) + 감이디자인랩 ( @gamidesignlab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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