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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r 03. 2023

“우연한 만남 속 만들어지는 대화, 쏟아지는 아이디어”

맹그로브 동대문

“우연한 만남 속 만들어지는 대화, 쏟아지는 아이디어” - 맹그로브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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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동대문을 방문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일화가 떠올랐다. 잡스가 애플에 잠시 나와 픽사를 인수하여 새 건물을 지을 때 일이다. 잡스는 건축가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출입구와 계단, 복도는 모두 안뜰로 이어지게끔 해주시고요, 안뜰 중앙에는 화장실을 놓아주세요. 아! 건물 화장실은 안뜰 중앙,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상당히 난해하고 이상한 부탁이다. 건물에서 비중 낮은 시설을 좋은 공간 중앙에 배치한다는 건 효율이 떨어지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넓은 공간에 안뜰에만 화장실을 놓는다는 건 사용자의 편의를 무시하는 행위다. 건축가의 의문과 직원들의 반발에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창의성은 우연한 만남에서 나옵니다.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일상의 대화를 하다 보면, 온갖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지요.’


창의성을 요구하는 회사에서 이를 촉진하기 위해 만남이 전제되어야 했고, 카페는 안가도 화장실은 꼭 가야 하는 인간에게 잡스가 제시한 공간 배치 구상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다. 직원들은 끊임없이 마주쳤고, 많은 대화가 오갔으며,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사람들 머릿속에 번뜩이기 시작했다. 결국 픽사는 희대의 명작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공통된 기억을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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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동대문은 코리빙 하우스로 침실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되, 주방이나 화장실, 런드리룸을 공유하는 1인 가구의 새로운 주거 형태다. 1인실, 2인실, 6인실로 구성되는 동대문점은 비즈니스호텔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기에 객실은 1인실이 아니면 넓은 공간을 점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하 1, 2층에 마련된 워크스테이션, 라이브러리, 커뮤니티 룸, 시네마 룸, 릴렉스 룸과 공유 주방이 있기에 좁은 점유 공간을 가짐에도 넓은 공유 공간 덕분에 공간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다보니, 사람과 접점이 생기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공간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만들어 놓아도 사람들은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공간과 알맞은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공간을 공유하는 코리빙하우스인 만큼, 맹그로브는 맹그로브만의 특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사람들과 접점을 늘린다. 옥상 테라스에서 동대문의 야경을 바라보며 명상과 요가를 즐기고, 공용주방에 다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이야기 나눈다. 강연이나 홈 라이브 공연 등 쉽게 접할 수 없던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고,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통해 이웃을 넘어 지역과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코리빙이 고시원, 셰어하우스, 하숙과 다른 것도 공용공간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커뮤니티프로그램 때문이다.


Co-living에 Co는 Cooperative를 뜻하지만, 맹그로브 동대문은 Cozy의 뜻도 함께 포함한다. 철과 유리를 사용해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면서도, 나무와 안정감 있는 색을 통해 재료의 차가움을 중화한다. 공용공간도 입구와 엘리베이터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프라이빗한 공간을 배치하여 공적인 공간 속 개인의 영역을 보장한다. 덕분에 넓은 공용공간은 혼자서 쓰기에 부담되지 않고 다 같이 쓸때에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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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제안한 픽사 건물의 경우, 같은 회사라는 연대가 존재하기에 화장실과 안뜰의 휴식 공간만 있어도 대화가 오갈 수 있지만, 연고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공간만으로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상대방에게 말을 거는 게 어려워진 오늘날 맹그로브가 시도하는 커뮤니티 활성화는 다시금 이웃과의 거리를 좁혀주고, 다양한 사회 해결책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창의성을 촉진하며,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와 달리 돌처럼 굳어진 월급으로 부담을 갖는 직장인, 대학생들에게 적합한 공간으로서, 현시대에 알맞은 주거 유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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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 스튜디오 COM ( @com_seou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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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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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퇴계로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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