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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Feb 21. 2023

“꿈은 비행과 같아서, 높이보다 방향이 중요해요”

지관서가 유니스트점

“꿈은 비행과 같아서, 높이보다 방향이 중요해요” - 지관서가 유니스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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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 신화를 좋아한다. 속도와 높이에 눈길이 쏠려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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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뛰어난 장인이었던 다이달로스는 제자로 삼은 페르딕스의 뛰어난 실력을 시기하여 그를 죽였다. 아테네를 도망쳐 들어간 곳은 미노스 왕이 다스리는 크레타섬이었다. 그곳에서 정착해 왕의 시중을 드는 노예와 사랑에 빠져 아들인 이카로스를 얻었다.


뛰어난 장인이었지만, 미노스 왕에게 밉보여 신뢰를 잃은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와 함께 자신이 설계한 미궁인 라비라토스에 감금되었다. 미궁에 갇혀있던 순간에 창밖으로 하늘을 나는 새를 보았고 자신도 새처럼 날게 된다면 자유를 얻겠다고 생각했다. 모은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고정해 만든 천사 날개는 이카로스와 자기 몸에 부착해 비행을 시작한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에 깃이 타버릴 것이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깃이 젖어 무거워지므로 반드시 하늘과 바다 중간을 날아야 한다.’


욕심이 과했던 이카로스는 높이 올라 결국 작열하는 태양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졌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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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트는 한국의 산업 도시 울산에 있다. 첨단, 신소재, 바이오, 차세대 에너지를 중점 연구 분야로 2007년 개교 이래 단기간에 세계적 과학 기술 대학으로 성장하여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한다.


현대 사회는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를 외치고, 유니스트 또한 그 속도에 맞춰 전진한다. 이카로스 신화가 말해주듯,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높이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성장한 유니스트가 젊은 대학으로 세계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빛은 너무 밝아 주변을 어둡게 하여 자신이 나아갈 길을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지점마다 다른 테마로 공간을 전개하는 ‘지관서가’는 ‘명상’을 통해 온도를 낮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추진력을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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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서가가 입점한 곳은 학술정보원으로 모든 과학 기술 정보가 모여있다. 학교의 자산이자 학생들의 발판이 되어주는 이곳은 건물 진입이 범상치 않다. 좌우대칭으로 완벽하게 계획된 건물은 대학교에서 건물이 가지는 위상을 보여주고, 학술 정보원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긴장하게 한다.


내부는 엘리베이터가 중심에서 조금 빗겨나가 대칭을 깨지만, 아트리움이 주는 경이로움을 탈피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지관서가는 더욱더 극적이다. 대칭을 깨는 공간 구성에서 나무로 마감된 벽과 바닥, 따듯한 조도와 음악 소리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바로 공간을 보여주지 않고 긴 복도를 거닐게 하여 숨을 돌리게 한다.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가막 저수지는 공간을 다채롭게 하고 시선을 집중시킨다. 산책하는 이들을 보고, 호수의 분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벽 한쪽에는 소수 인원만 들어가 자연을 감상하는 명상실도 있다.


서가는 열람실과 벽으로 구분된다. 어두운색으로 마감되고 책을 비추는 조명이 집중된 책을 바라보며 어떤 책을 읽을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게 한다. 서가 크기에 비해 보유권 수는 적다. 여백 있는 공간은 빈틈없이 꽉 찬 우리네 마음을, 유니스트 학생들의 마음을 비워내고 들춰보게 하여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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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 리옹건축사사무소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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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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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길 50

매일 10: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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