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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pr 04. 2023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

이스트 1779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 - 이스트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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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에 의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대도시의 탄생을 이끌었다. 자동차의 발명은 도시를 넓혔고, 엘리베이터의 보급은 건물을 높였다. 철과 유리의 대량생산은 이러한 아이템을 건축이 수용할 수 있게 했고, 더불어 산업화된 경제 시스템과 도시로 쏠리는 인구 밀집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근대 시대에 나타나는 근대 건축은 도시 속 열악한 주거 환경과 인프라 개선에 이바지했지만, 그 부작용도 존재했다.


획일화된 건축이 국제화를 거치며 각 나라, 각 도시를 단색화하였고 우리네 삶을 지루하게 했다. 지역성이 드러나지 않는 도시와 심지어 한 나라의 전통까지 잠식시켜 버리는 국제주의 양식, 모더니즘의 폐해는 또 다른 건축을 탄생시킨다.


‘지역주의 건축’은 모더니즘과 달리, 환경에 융합하고 장소를 존중하며 전통을 고려하여 자연 요소를 중시한다. 지역의 상실을 막는 방어벽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거기에 파생된 ‘비판적 지역주의 건축’은 모더니즘이 추구했던 진보와 순수성, 역사성도 함께 고려하여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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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1779‘ 주변은 경주 교촌 한옥 마을과 최부자댁, 그 앞으로 월정교가 있고 뒤편으로는 세계문화유산인 옛 왕궁터였던 월성지구가 자리한다. 경주 역사와 궤를 같이한 유의미한 장소에서 공간은 자연스레 지역성을 따르며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동시에 모더니즘이 추구한 ’낯설게 하기‘를 통해 때론 외부인에게 돋보여야 할 상업시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기와와 벽돌은 건축의 오랜 동반자로 비슷한 점이 많지만, 두 재료의 차이가 극명해 한 건물에 같이 사용되지 않았다. 지역의 전통 건축 재료인 흙을 가마에 구워 제작하고 작은 재료를 쌓아 하나의 면을 만드는 건 동일하다. 하지만 벽돌은 구조체로 수직성이 강하며, 기와는 장식재로 곡선의 표현에 강하다. 이곳은 이 둘의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내어 강조하고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유려한 곡선으로 뻗어 나온 처마와 수직으로 굳건한 벽돌벽, 기와에 새롭게 추가된 아치형 창문과 벽돌의 수직 수평이 강조된 네모난 창, 어두운 기와와 밝고 붉은 벽돌의 사용으로 처마가 강조되기도, 때론 벽이 강조되기도 한다. 한 건물에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는 지붕 구조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재료를 감싸 숨겼지만, 높이 솟은 공간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거기에 내부를 어둡게 하여 밖을 강조하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강을 바라보게 하고 한쪽에선 소나무 정원을 바라보게 한다. 장소성을 잘 활용한 것이다. 내부를 장식하는 가구는 우리에게 친근한 재료지만, 형태를 달리하여 공간을 역동적으로 바꾼다.


이스트 1779는 전통 재료의 사용과 전통 건축 요소를 곳곳에 남겨두어 주변과 공존한다. 거기에 재료의 대비를 통해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여 지역성을 현대화시켰다. 현대화된 지역성은 과거의 것과 현재의 건축 행위가 어떻게 공존하며 지속 가능성을 가지게 될지 보여준다. 세계화로 현대 기술의 적용과 시대 변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근대 건축의 폐해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스트 1779가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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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더퍼스트펭귄 ( @thefirstpenguin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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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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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시 교촌안길 21

매일 11:00 - 21:00 ( 화요일 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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