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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y 23. 2023

“자연이 물드는 순간”

조현 갤러리

“자연이 물드는 순간” - 조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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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산을 넘어 탁 트인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달맞이 고개에 자리한 ‘조현 갤러리’는 절벽 위에 건물이 앉혀있다. 이곳의 절벽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기초지만, 건물 앞을 지키는 나무와 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 식물, 자연스럽게 놓인 돌계단으로 부자연스럽지 않다.


돌계단을 오르면 도달하는 전시장 앞 테라스는 톱니바퀴 형상을 한 지붕이 프레임으로 작용해 와우산과 바다 전경을 담는다. 반면, 전시장 1층은 폴딩도어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창도 없어, 자연을 경험할 수 없다.


계단을 타고 올라 2층 전시장에 발을 디디면, 1층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금세 사라진다. 작품보다 더 눈이 가는 풍경 때문이다. 방해 요소 없이, 오롯이 푸른 자연이 겹겹이 겹친 모습을 볼 수 있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이기에, 이곳은 수백 수천 개의 풍경화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창문 앞에 의자가 놓여 있는 것도 창 너머 보이는 풍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하길 바라는 의도로 보인다.


전시장의 벽은 풍경처럼 여러 겹 평행하게 겹쳐 보이도록 배치하여 재미있는 실루엣을 만든다. 적당한 길이 조절로 풍경을 보일 듯 말듯, 작품을 보일 듯 말 듯 밀고 당기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절묘함 덕분에 작품이 살아난다.


넓게 구획된 공간과 높은 층고, 안으로 물든 자연과 푸른 잎으로 둘러싸인 외관은 시원한 바다와 청량한 파도 소리를 가진 부산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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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가가건축사사무소 ( @kaga.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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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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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지 171

10:30 - 18:30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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