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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y 31. 2023

“낭만 도시”

오동 숲속 도서관

“낭만 도시” - 오동 숲속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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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비교할 때, 디테일 차이를 언급하곤 한다. 건물의 입면, 표지판, 가로수, 자동차 등. 도시를 구성하는 외적 형태나 장식, 그것들의 조화를 통해 가치를 판단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과 관계 맺음에서 생겨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공간의 유무다.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크고 작은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많아지면 도시는 활기차고 낭만있다.


파리가 좋은 도시로 손에 꼽히는 건, 깊이 있는 디테일 이전에, 쉽게 마주하게 되는 열린 공간과 공공공간이 일상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작은 공원부터, 넓은 공원, 크기에 상관없이 접근성 좋은 공공공간은 사시사철 사람들을 끌어모아 이야기를 만든다. 파리가 활기차고 낭만 도시인 이유다.


우리나라는 공원 개수가 적지만, 산은 많다. 똑같은 녹지인데도, 경사로 인해 접근성은 떨어지고, 걷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면적도 적다. 거기에 공공시설물의 수도 적으니, 도시가 낭만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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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산 산책로 초입에 자리하여 공원 길 연장이 되는 ‘오동 숲속 도서관’은 파리의 열린 공간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건물은 오동 공원길 흐름에 따라 회전하는 토네이도 형태로, 지붕은 틈을 만들며 조금씩 올라가고, 지면은 단을 만들며 내려간다.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공간 분위기를 바꾸고, 단은 여러 레벨에서 공원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경험은 다채롭다.


벽이 아닌 나무 책장이 중첩되어 방과 복도를 만들어 동선을 분리한다. 공간은 나무 내음으로 가득 차고, 책 사이로 걸러진 빛은 은은하게 내부를 밝힌다. 덕분에 책장으로 둘러싸인 메인 공간은 좁지만, 답답하지 않다. 벽이 필요 없는 목구조 덕분이기도 하다.


오동 숲속 도서관은 오래된 목제 파쇄장이었다. 먼지 날리고 소음을 발생하여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서울시가 2019년부터 추진 중인 공원 내 책 쉼터 사업 덕분에 이곳은 주민들의 독서와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우리네 도시를 낭만있는 도시로 바꾼다. 오동 숲속 도서관처럼 서울 곳곳에 더 많은 쉼터와 도서관이 지어질 예정이니, 서울은 낭만의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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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usdspace2022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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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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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화랑로13가길 110-10

매일 09:00 - 18:00 (일,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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