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geun May 22. 2023

“장면이 아닌 흐름을 직조하다.”

코사이어티

“장면이 아닌 흐름을 직조하다.” - 코사이어티

-

사진술과 컴퓨터 이미지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건축 사진은 우리 눈을 현혹시키기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각 프레임 속, 수직 수평으로 건물을 왜곡하고, 방해되는 전깃줄과 사람을 지우며, 심지어 재료와 하늘 색까지 바꾼다. 이러한 이미지 조작은 잡지계에서도 변변치 않게 나타나지만,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의문을 품지 않는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하는 뉴스 속 사진과 달리, 건축 사진의 가치 판단 기준은 진실보다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TV, 잡지보다 SNS가 빠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요즘, 공간 또한 SNS로 먼저 접하고 방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SNS 특성상 메인 이미지가 강렬할수록 사람들의 반응도가 올라가, 방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이 건축계 사진 가공술은 통용된다. 그래서 필자도 이미지 조작을 통해 공간을 좋게 보이도록 애쓴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부작용을 낳는다. 실재와 너무도 다른 이미지로 인해, 우리네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거나, ‘장면’으로만 평가되어 공간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경우다. 건축은 장면이 아닌 시퀀스, 공간과 공간 간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

‘코사이어티’는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는 진입 동선부터 4개의 동으로 나뉜 건물과 그것을 이어주는 외부 공간과의 관계 맺음에서 가치를 지닌다. 도심 속에 자리한 코사이어티는 회색 담벼락에 붙은 주황색 간판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벽을 따라 골목 깊숙이 들어가는 여정은 시끌벅적한 도심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다.


전이 공간을 거쳐 미팅과 업무를 위한 오픈 스튜디오, 카페 라운지, 전시장으로 구성된 공간은 건물의 형태와 입면 재료로 각각 구분된다. 가장 커서 눈에 띄는 박공지붕 건물은 카페 라운지로, 사람들의 대화소리와 자유롭게 오가는 움직임, 내부지만 야외 정원과 곧바로 연결된 동선으로 내외부 경계는 흐리다. 라운지인 만큼, 백색 타일로 마감한 건물과 깊숙이 숨은 전시장을 이어주기도 하며, 소품을 판매하는 섹션과 라이브러리도 함께 있어, 한 공간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라운지에서 나와 야외 정원을 거닐다 마주하는 ‘D‘ 공간은 실내도 실외도 아닌 모호함을 지녔다. 천장 블라인드가 열리고 닫히기에 공간은 변화무쌍하고 담아낼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우리의 몸은 물리적 공간에 있어서,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도 공간과 상호작용한다. 대지, 주변 건물과 관계 맺고, 자연, 빛,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 때문에 사진 속 표현된 장면으로서의 공간은 그 어떠한 울림을 줄 수 없다. 특히나 시퀀스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코사이어티는 더더욱. 흐름을 직조하는 것이 건축가들의 일인 만큼, 직접 보고 느끼며 공간의 흐름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공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건축 : unmet people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82-20

매일 12:00 - 20:00 (월요일 휴무)

작가의 이전글 “내를 건너서 숲으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